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해 해임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이 자치정부 해산과 카탈루냐 직접 통치라는 초강수를 둔 스페인 정부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스페인의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분리 독립 행보를 이끌고 있는 푸지데몬 수장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28일 오후 스페인 ‘라 섹스타’ TV를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동시에 최대한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스페인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민주 사회에서 정부 각료를 선출하고, 해임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이라며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과 각료 해임이 무효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카탈루냐 직접 통치의 근거로 사용된)헌법 155조의 적용에 민주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일방적으로 해산한 이후 첫 공식 발언에서 푸지데몬 수반이 ‘민주적 반대’를 언급한 것은 그의 해임을 비롯한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사실상 불복종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사용한 ‘민주적 반대’라는 단어에 주목, 오는 12월21일 시행되는 선거 운동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카탈루냐 역사에 정통한 웨일스의 카디프 대학의 앤드류 도울링 교수는 AP통신에 “푸지데몬 수반의 성명은 모호하고 부정확할 뿐 아니라, 새로운 나라의 수반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실제로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향후 스페인 정부에 저항할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속해있는 스페인 집권당은 푸지데몬 수반의 이날 연설에 대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끝없는 무책임을 보여준다”고 냉소했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이날 오전 관보에 “스페인 정부 수반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부여된 역할과 권한을 맡는다”고 게재, 상원의 승인에 따라 카탈루냐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라호이 총리는 또한 직접 통치의 책임자로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를 임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아울러 이날 카탈루냐의 자치경찰 조직인 1만7,000여명의 ‘모소스 데스콰드라’의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 청장의 해임도 발표했다. 트라페로 청장은 지난 1일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 당시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하고, 이를 방해하는 사람을 체포하라는 스페인 검찰의 지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카탈루냐 분리 독립 진영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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