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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되살아나는 아프간 하자라족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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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되살아나는 아프간 하자라족의 수난

입력
2017.10.27 2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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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체 인구의 20% 차지

90년대 수니파 탈레반 집권 땐

한 지역서 8000명 학살도

최근엔 IS가 잇달아 모스크 공격

아사드 정권의 용병으로

시리아 전쟁 총알받이 내몰리기도

21일 아프카니스탄 카불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의 희생자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대부분은 아프간 내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이다. EPA 연합뉴스
21일 아프카니스탄 카불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의 희생자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대부분은 아프간 내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이다. EPA 연합뉴스

지난 2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시아파 모스크인 ‘이맘 자만’ 사원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9명이 숨지고 45명이 크게 다쳤다. 시아파 모스크에 대한 공격은 올해에만 여섯 번째다.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인 ‘아슈라 행진(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을 죽음을 추모하는 의식)’을 앞두고 지난달 28, 29일에도 테러는 여지없이 일어났다. 지난 6년간 아프간 시아파는 단 한 번도 ‘평화로운’ 아슈라 행진을 하지 못했다. 이는 곧 몽골계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을 겨냥한 폭력의 부활이기도 하다. 하자라족은 아프간 전체 인구의 약 20% 정도이자, 아프간 시아파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이웃 나라 파키스탄과는 달리 ‘종파주의(Sectarian) 폭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파키스탄 남서부 발로치스탄주의 주도 퀘타는 ‘하자라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다. 예컨대 하자라족 출신 사진가로 퀘타에서 태어난 바랏 알리 바뚜가 이곳을 떠나고자 난민 보트에 올랐던 2012년 8월 당시, 하자라족을 타깃으로 삼은 자살 공격이 시장이든, 등굣길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고 한다.

아프간 하자라족의 ‘퀘타 피난사’는 오래됐지만,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1990년대, 즉 ‘탈레반 1기’(1996~2001년)에 보다 뚜렷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과 시아파 하자라족은 견원지간이었고, 탈레반의 하자라족 탄압은 민간인 대량학살로 이어졌다. 98년 8월 8일 마자레 샤리프에서 일어난 민간인 8,000명 학살이 대표적이다. 전년도 하자라 군벌조직에 의해 탈레반 병사 약 3,000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보였다. 목격자들은 “당시 탈레반은 하자라를 특정해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증언한다. 수니파 기도문을 외워 보라고 하는 수법으로 시아파 하자라를 색출해 내 곧바로 총살해 버리는 식이다.

그러나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상황이 바뀌었다. 반군으로 대열을 가다듬은 탈레반 2기는 ‘외세축출’이나 ‘민족해방’ 같은 명분을 내세워 아프간의 많은 종족을 포용하는 노선을 취했다. 2011년 12월 시아파를 겨냥한 첫 테러에 대해서도 ‘폭군 행위’라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모스크를 공격하진 않는다”고 밝힌 것도 종파 폭력과는 선을 긋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탈레반 2기가 타종족ㆍ타종파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은 아프간 사회가 종파 폭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배경 중 하나다. ‘몽골계 외모, 시아파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박해받던 하자라족은 이제 ‘국가 건설’이라는 큰 과제 앞에서 더 이상 수난을 겪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시아파 사원에 대한 공격들은 이런 전통이 깨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안겨주고 있다.

2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아파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2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아파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아프간 내 시아파 겨냥 테러는 외국인 지하디 전사나 종파주의 성향이 강한 IS의 등장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아프간 IS는 사실상 ‘파키스탄 탈레반’으로 통칭되는 파키스탄 극단주의 세력들이 아프간으로 넘어오면서 진화한 경우다. 예컨대 2015년 2월 남부 자불 지방에서 발생한 하자라족 31명 납치 사건은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IMU는 2014년 9월 중순 IS에 충성을 맹세한 조직이다.

하자라족의 수난은 비단 아프간 영토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23일 카불 데 마장 광장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는 하자라족에 대한 공격으로 85명이 사망하고 413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아프간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면서 “아프간 시아파(하자라)들이 시리아 전쟁에서 아사드를 돕는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사실이다. 아사드 정권 편에서 시리아 전쟁에 관여해 온 이란은 자국에 거주하는 아프간 하자라 난민들을 ‘시리아 전쟁의 용병’으로 모집, 전장에 적극 배치했다. 2013년 11월에 모습을 드러낸 파테미윤 여단(이후 사단급 격상)은 심지어 하자라족으로만 구성된 부대다. 3주 간의 짧은 군사훈련 후 최전선에 투입돼 총알받이 노릇만 하다 숨진 하자라족 병사들의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이 때부터 1년 6개월 동안 시리아 남부 다라와 알레포 지역에서만 7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과의 전투 중 생포돼 반군 측 감옥에 갇힌 하자라족 용병도 있다. 10월 1일 ‘휴먼라이츠워치’는 파테미윤 부대원 일부는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21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모습. EPA 연합뉴스
21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모습.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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