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기 내 국회서 임기 규정 개정을”
한국당ㆍ바른정당 “사과부터”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이진성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야당에서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부할 뜻을 밝힌 것도 지명을 서두른 요인이다.
청와대는 그 동안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해 새로운 임기 6년에 무게를 두고, 소장 지명에 앞서 국회에 임기와 관련한 입법 미비 해소를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임기 6년을 채울 수 있는 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청문회 이후 소장으로 다시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초부터 국회에서 소장 임기 규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이진성 헌재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했다.
이 소장 후보자 지명은 국회 인준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고 무난한 선택이란 평가가 많다. 국회 법사위 청문회만 거치는 헌법재판관과 달리, 헌재소장 후보자는 청문회 이후 국회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코드인사’ 논란 등으로 사상 초유의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을 가져온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온건한 합리주의자’란 평가를 받는 이 소장 후보자를 낙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2012년 9월 이명박 정부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몫으로 지명돼 코드인사 논란에서 자유롭고, 헌법재판관 가운데 김이수 소장대행을 제외하면 선임 재판관이다. 반면 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향후 소장 후보자로 지명할 경우,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점에서 국회 인준 과정에서 보수야당들의 반발이 예상된 터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입법 미비도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해주길 기대한다”며 사실상 이 소장 후보자의 잔여 임기(내년 9월 19일)까지 국회에 소장 임기 규정 개정을 재차 요구했다. 임기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 후보자는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헌재 소장을 맡게 된다.
보수야당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 지명은 만시지탄”이라며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고집한 정치적 꼼수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했고,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김이수 전 후보자와 이진성 후보자 지명은 문재인 정부 인사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지명 이전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리”라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3명씩 재판관을 추천하는 ‘3ㆍ3ㆍ3’ 헌재 구성 대원칙이 또다시 무너졌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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