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사회관계형서비스(SNS)상에서의 정보는 차고 넘칩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지만 허위 사실과 가짜 시나리오도 상당합니다.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처럼 퍼지는 이유입니다. SSUL체크에선 온라인상에 떠도는 무수한 ‘썰(SSULㆍ이야기)’들의 진위를 당시 상황에 맞게 짚어보고 오해 속의 진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2015년 일본 사이타마의 한 전철역에서 ‘코레일(KORAILㆍ한국철도공사)’이라 새겨진 쓰레기통이 발견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이번엔 서울역에서 ‘JR동일본(JR東日本ㆍ동일본여객철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화제다.

27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역 서부역사 입구에 있다는 재떨이 겸용 쓰레기통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쓰레기통 옆면에는 ‘JR동일본(JR東日本)’ 로고에 있는 영자 ‘J’와 한자 ‘동일(東日)’이 적혀있다. ‘R’과 ‘본(本)’은 보이지 않았다.

27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역 서부역사에서 발견했다는 쓰레기통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JR동일본 로고

앞서 일본의 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이용자는 2015년 “왜 일본에 코레일 마크가 달린 쓰레기통이 있느냐”며 사이타마 한 전철역에서 촬영했다는 쓰레기통 사진을 공개했다. 쓰레기통 앞면에 푸른색으로 ‘KORAIL’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이 소식은 바다 건너 한국에도 전해지며 철덕(철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른바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처럼 남아있었다.

2015년 일본의 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이용자가 공개한 사이타마 한 전철역의 코레일 쓰레기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취재 자료를 수집하던 중, 한 네티즌의 가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JR동일본 노조원들이 연대 차원에서 국내 노조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그때 쓰레기통을 들여온 게 아니냐는 것. 이 네티즌은 “전국철도노조가 일본철도노조와 동맹 관계”라는 그럴 듯한 설명까지 붙이며 신빙성을 높였다.

사실일까?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27일 “우리 노조가 JR동일본 노조와 교류 관계인 건 맞다. 하지만 동맹까진 아니다”라며 “동일본 노조 관계자들이 촛불집회 때 국내에 온 것 맞다. 투쟁 조끼나, 투쟁 구호를 쓸 A1 용지 같은 걸 가져왔다. 그런데 쓰레기통을 들여왔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갖고 왔다고 해도, 노조 사무실 같은 데 놓지, 뜬금 없이 서울역에 놓을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혹시 코레일을 통해 JR동일본 쓰레기통이 우연히 국내에 반입될 가능성은 없을까. 코레일 관계자는 이날 “JR동일본과 협력 관계는 맞지만, 업무 방법 등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이지 쓰레기통처럼 실물을 교환하고 이러진 않는다”면서 “아마 누군가 문제의 쓰레기통에 ‘JR동일본’ 로고를 붙이고 간 걸로 보인다. 이유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물어볼 곳은 하나. 논란(?)의 당사자인 서울역이다. 정말 ‘JR동일본’이라 쓰인 쓰레기통이 있는지 확인하려 서울역 서부역사를 찾았다. 삼삼오오 담배 피우는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쓰레기통 하나가 눈에 띄었다. 관계자 도움을 얻어 쓰레기통 뒷면을 살펴봤다. 초록색 글씨로 “J”와 “東日”이 적혀있었다.

삼삼오오 담배 피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쓰레기통 하나가 눈에 띄었다. 관계자 도움을 얻어 뒷면을 살펴봤다. 초록색 글씨로 “J”와 “東日”이 적혀있었다. 양원모 기자

서부역사 시설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역사 관계자와의 10분 가량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입구에 문제의 쓰레기통이 놓인 건 2년이 채 안 됐고, 관리 인원이 자주 바뀌어 정확한 입수 경로 파악이 힘들다는 것. 이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뒤집어 보니 아래 부분이 많이 삭아 있더라. 반면 ‘JR동일본’이라 적힌 부분은 비교적 깨끗했다. 아마 누가 스티커 같은 걸 붙인 걸로 보인다”고 했다. 적어도 진짜 JR동일본의 쓰레기통이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은 희박해진 셈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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