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이후 8년 만에 선포
“중국산 펜타닐 등 엄중 단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문제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정부가 미 전역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됐던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에 중독됐다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각 주에서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나 예방활동을 위해 연방정부의 자금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해 “국가적 수치이자 인간의 비극”이라며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중단하기 위해 국가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불법 마약성 진통제 헤로인과 펜타닐도 엄중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이 미국 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나왔다. 매일 172명 이상이 해당 약물을 과다복용하고 있으며, 하루 142명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통 등 심각하지 않은 통증에도 처방되면서 사망자는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오피오이드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1999년 8,048명에서 2015년 3만3,091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공언해온 터라 이번 조치를 놓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은 국가 비상사태 선언보다 한 발 후퇴한 조치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연방정부의 별도의 추가 자금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비상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빈 말과 반 쪽짜리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조직한 백악관 오피오이드 위원회는 지난 7월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기도 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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