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업 사채 8000만원 달해
“기억 안 나” 흉기 종류ㆍ행방 함구
경찰, 살해동기 규명 수사력 집중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했지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은 주차시비에서 빚어진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계획범죄에 무게를 실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27일 새벽 윤 사장의 부친(68)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긴급 체포한 허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씨는 전날 오전 7시 30분쯤 양평군 자택 주차장 옆 정원에서 숨진 채 부인에게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윤씨는 흉기 상흔으로 인한 경동맥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동산 일로 양평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살해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 등으로 미뤄 ‘우발적 범행’이라는 허씨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구체적인 살해 동기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씨의 시신에서는 목과 얼굴 등에 수 차례 흉기에 찔려 생긴 외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단순 우발적 범죄로 보기에는 미심쩍다는 것이다. 허씨가 사건 당일 범행 2시간여 전인 오후 5시 12분쯤 윤씨가 사는 마을로 들어온 점, 범행 후 윤씨의 벤츠 차량을 끌고 마을을 빠져나간 점 등도 그의 진술 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다.
범행에 이용한 흉기를 미리 준비한 것인지, 이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허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허씨가 “무엇으로 찌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흉기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은 또 허씨가 사채를 8,000여만원이나 끌어다 써 매월 200만~300만원의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을 확인, 이번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허씨는 “9년여 전부터 수도권 일대 토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부동산 컨설팅업을 하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당일에도 윤씨 자택 인근에서 건축 공사 중인 호화 주택들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윤씨가 평소 일조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은 공사 관계자로 허씨를 오해, 말다툼이 빚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차 시비 이유만으로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건 믿기가 어렵다”며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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