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아는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불륜하는 남편에게 배신 당하고 어린 딸을 잃은 풍파가 많은 인물 김은향을 연기했다. 6개월에 걸쳐 이 인물을 연기한 오윤아는 "오랫동안 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원섭섭한 게 큰 것 같다. 떠나보내기가 너무 아파서 끝나는 날 촬영장에서 울었다"며 "은향이의 삶이 지쳐 있었고 괴로웠던 시간이 많은 인생이었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허탈함 같은 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순옥 작가의 극본이 워낙 극적인 순간이 많다 보니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은향이 배신을 당하고, 또 복수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 푹 빠져야 했던 오윤아는 "용하를 대하는 감정이 쉽지 않았다. 나는 이해가 됐지만 시청자에게는 호불호가 있었을 것 같다.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고, 제 아이가 발달장애센터에 다녀봐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죽은 딸의 유일한 친구이고 딸을 기억해주는 친구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의지가 되고 자식같은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시청자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졌으면 좋았을텐데 투머치였던 부분은 아쉽기는 해요."
실제로도 엄마의 입장인 만큼 딸을 잃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상당한 감정 소모가 있을 것 같았다. 오윤아는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힘들 것 같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은향이라는 캐릭터가 7번 시험관 끝에 아이를 가졌고, 여자로서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인생을 살았어요. 자식을 보내면서 한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니까 정말 너무 힘든 거죠. 연기로 공감을 얻고 싶었고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마음적으로는 힘들 거라는 걸 알았지만 한 번 쯤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커서 하게 됐죠. 몰입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서 (비주얼에) 시선을 빼앗길까봐 화려한 것들은 다 빼버리고 평범한 주부의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는 어떤 엄마인지 묻자 오윤아는 "마음만은 은향이지만 제가 아빠 역할까지 해야하지 않나. 항상 마음만은 은향이 같은 엄마다. 머릿속에 거의 80%는 아이 생각을 하고 있다"며 속안에 가득한 모성애를 드러냈다.
'언니는 살아있다'에 각종 사건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오윤아는 "이해가 안 되는 신이 없었다"며 스토리의 타당성을 이야기했다. 오윤아는 "나는 너무 공감이 되는데 시청자에게는 어떻게 어필할까 고민이었을 정도로 내 신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가는 신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나중에 구세경(손여은 분)을 용서하고 보듬어주는 사이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다. 오윤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미운 감정이 한도 끝도 없다가도 나 자신이 다치고 너무 괴로우니까 이런 감정이 될 것도 같았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공감을 못할까봐 걱정했고 잘 살릴까 싶었는데 대본에 자연스럽게 묻어났어요. 어색하게 갑자기 다가가는 게 아니라 제 선을 지키면서 다가가는 것이어서 공감해주고 인상 깊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은향이가 마음이 착해서 결국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거잖아요.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을 거고, 내 아이처럼 생각하는 용하의 엄마이였기도 하고요. 세경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 용서를 했을 것 같아요."
오윤아는 "(손여은과) 호흡은 잘 맞았다. 초반에 많이 친해지지 못했지만 감정이 워낙 잘 맞아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며 "대본 안에 은향의 감정이 섬세하게 잘 나와 있어서 연기를 시원찮게 하면 안 됐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은향이를 잘 지키면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기울인 노력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인 오윤아는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베스트 프렌드가 한 명씩 생긴다고 했다. 그는 "손예진 씨나 이보영 씨 같은 경우도 지금도 잘 만나 친하게 지낸다. 여배우들과 항상 친하게 지냈다"며 "여배우들과 만나는 게 좋다. 내가 말을 거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들레언니(장서희)와 제일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다. 언니도 바쁜데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나중에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선배님이었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윤아는 '배우로서 각인시킨 대표작'을 묻는 질문에 출연작들에 대한 애정을 나눌 수 없는 듯 계속해 작품 이름을 나열했다. 그는 "'연애시대'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무자식 상팔자'도 좋아한다. '돈의 화신'도 있고 '오 마이 금비'도 그렇다. 이번 작품 역시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윤아는 "'사임당'도 굉장히 애책이 가는 작품이다. 휘음 역으로 촬영했을 때는 인상 깊은 신도 많이 있고 예쁘게도 잘 나왔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날 있게끔 했으니 꼭 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때문에 사람들은 다 제가 마흔이 넘은 줄 알아요. 저 그때 스물넷이었거든요. 그때 살짝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아요. 같이 한 언니들과 7~9살 차이여서 언니들이 그만큼 예뻐해주셨죠. 너무 감사한 분들이에요. 나이는 어리지만 그 나이 또래 여성처럼 보였고, 연기도 굉장히 못했는데 제가 못했다고 생각한 분이 별로 없을 정도였고요."
배우로서 지금의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묻자 "지금도 경력에 비해서 잘 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윤아는 "워낙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제 조금 연기라는 걸 알 것 같다. 그런데도 항상 부딪힌다.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고 숙제인 것 같다"며 "이번에 잘 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도 잘 하는 게 아니니까 항상 고민하고 초심을 잃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권수빈 기자 ppb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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