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범 오즈월드 암살 2개월 전 KGB 접촉
트럼프 안보ㆍ외교적 이유로 일부 문서 비공개 결정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2개월쯤 전에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26일(현지시각) 1963년 11월 22일 발생한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된 기밀문서 2,891건을 전격 공개했다. 문건 공개는 1992년 제정된 ‘케네디 대통령 암살기록 수집법’에 규정된 기밀해제 시한이 다 된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문서 공개로 다양한 음모설이 나돌던 케네디 전 대통령의 죽음과 오즈월드의 범행 동기 및 행적이 좀더 상세히 드러났다.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범행 2개월여 전인 1963년 9월 28일 멕시코 주재 소련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즈월드는 소련 첩보기관인 KGB의 요원으로 확인된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서툰 러시아어로 대화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대화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의 작성자는 FBI 현지 담당자가 오즈월드는 여권이나 비자 문제로 멕시코로 가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CIA는 암살 사건이 벌어진 후 오즈월드에 대한 살해계획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24일 작성된 문서에서 에드거 후버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매우 차분한 음색의 남성”이 자신이 오즈월드를 살해하려는 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전화를 받은 것으로 기록 돼있다. 후버 국장은 댈러스 경찰에 오즈월드의 경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으나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잭 루비가 호송 중인 오즈월드를 총격, 살해했다. 후버 국장은 이어 이 문서에서 오즈월드와 쿠바 및 소련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오즈월드가 범행 당사자인지에 대한 대중들의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케네디 사망 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우려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밀문서 공개 전날 “오랫동안 기대했던 JFK(존 F. 케네디) 파일들이 내일 공개될 것이다.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기밀을 해제하지 말아 달라는 CIA와 FBI 및 다른 연방기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마지막 순간에 수백 건의 다른 문건들 공개는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부처와 연방기관들은 특정 정보가 국가안보, 법 집행, 외교적 우려 때문에 수정 편집돼야 한다고 내게 제안했다“면서 ”미국의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그런 수정 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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