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남자 배영 200m 김지현
감기약 도핑 징계 후 군 입대
올 초 제대 뒤 7개월 맹훈련
시상식서 하염없이 눈물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98회 충북 전국체전에 만약 ‘올해의 재기상’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 남자 수영 김지현(28)이다.
그는 지난 21일 배영 200m 결선에 충북 대표로 출전해 2분02초46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걸린 982개의 은메달 중 하나일 뿐이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이 종목 전국체전 7연패를 달성했고 다른 종목을 합치면 금메달만 11개를 딴 김지현의 이력에 비춰보면 대단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역영을 마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시상식 때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김지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는 관중들과 수영 관계자, 동료 선수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지현은 남자 배영의 간판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0.1초 차이로 아깝게 동메달을 놓쳐 4위를 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도핑테스트에 걸렸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 받은 감기약이 문제였다. 해당 의사가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선수는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2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는 2015년 3월 공군에 입대해 2년 간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3월 전역했다. 그리고 7개월 간 몸을 만들어 전국체전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김지현은 “옛날 안 좋았던 일도 생각나고 힘들게 운동한 기억도 나서 울었다”고 했다. 애써 눈물을 참았던 어머니 송은주 씨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지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였다. 홀로 김지현을 뒷바라지 해 온 어머니였다.

그는 “메달을 목에 거니 고3 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떠올렸다. 김지현은 고2때 국가대표에 뽑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부담 때문인 지 슬럼프에 빠졌다. 해결책은 ‘땀’ 밖에 없었다. 그는 고3때인 2007년 지독하게 훈련에 매달렸고 그 해 전국체전 5관왕을 차지했다. 김지현은 “제대하고 7개월 간 고3 때처럼 훈련했다. 지금까지 전국체전에서 딴 어떤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라고 미소 지었다.

배영 200m 결선 전날 김지현의 친할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3대 독자인 손주를 끔찍이 아끼던 할머니였다. 어머니 송 씨는 결선이 끝날 때까지 비밀로 했다. 뒤늦게 사실을 안 김지현은 곧바로 서울에 있는 상가(喪家)로 가 할머니를 모셨다. 발인까지 마친 뒤 다시 청주로 내려와 남은 종목에 출전했다. 그는 “할머니가 하늘에서 많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다.
다음 목표는 태극마크를 되찾는 것이다. 김지현은 내년 4월쯤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한다며 다시 수영장으로 향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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