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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타일 위 사자는 흙바닥을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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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타일 위 사자는 흙바닥을 밟을 수 있을까

입력
2017.10.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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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20대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동물원 동물을 위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2016년 제정되어 올해 5월 처음 시행된 동물원법은 동물원, 수족관을 운영하려면 지역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동물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동물원법 제정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났을지 몰라도 여전히 동물원 동물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정 당시 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인 동물복지에 대한 규정이 모두 빠진 채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동물원에 있는 사막여우. 사막여우는 모래가 깔린 환경에서 지내야 하지만, 풀숲에 방치돼 있었다.
제주도의 한 동물원에 있는 사막여우. 사막여우는 모래가 깔린 환경에서 지내야 하지만, 풀숲에 방치돼 있었다.

현행 동물원법에서는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하여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 동물원에서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조성해야 하는 사육환경이나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규정도 존재하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동물원의 시설기준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내의 ‘국제적멸종위기종 사육시설 설치기준‘이 유일하다. 그러나 대상 종 동물이 90종에 불과한데다 그나마도 1마리 당 사육면적 외에는 제공해야 할 시설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다. 심지어 규정한 면적조차 야외 방사장과 실내 사육장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그야말로 숨 쉬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 크기를 정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절한 환경 제공하지 않아도 법적 문제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원법이 만들어졌어도 동물원 동물의 사정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경기도 평택의 한 이동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암사자는 사육장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방 한 칸의 공간에 갇혀 있다. 야외 방사장은 찾아볼 수 없다. 바닥에는 흙 대신 타일이 깔려 있고, 올라가 쉬기에는 너무 좁은 나무 책상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풀 한 포기, 몸을 숨길 바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봐도 생물종의 특성과 맞는 적정한 서식환경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법적으로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야생생물법 사육기준에서 규정한 14㎡의 면적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부안의 원숭이 공연시설업체의 일본원숭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의 바닥은 뜬장으로 되어 있어 새끼 원숭이가 바닥에 앉아 있을 때는 철조망 사이로 발이 빠진다. 식용개 농장의 사육장 구조나 다를 바 없다. 사육장 안에는 개 밥그릇과 엎어진 프라이팬이 하나 놓여 있을 뿐이다.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한 풍부화 도구나 기어오를 수 있는 수직 구조물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숭이는 철망을 흔들거나 녹슨 철사를 핥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택의 이동동물원의 사자 사육장. 창문에는 풀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평택의 이동동물원의 사자 사육장. 창문에는 풀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이번에 발의된 동물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동물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개정안 중 핵심적인 조항은 환경부가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5년마다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방침, 동물학대 방지와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등 동물복지와 관련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동물관리위원회는 수립된 동물복지계획을 수행하고, 전시동물 복지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감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환경부가 동물원 및 수족관이 사육하는 동물에 대해 ‘동물종별 적정 사육환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도록 했다.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서식환경과 시설,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하는 것은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번 발의안이 통과되면 생태적 습성에 맞지 않는 환경에서 동물을 전시하거나 동물쇼를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훈련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부안의 원숭이 공연장. 바닥은 발이 빠지는 뜬장 구조로 되어 있다.
부안의 원숭이 공연장. 바닥은 발이 빠지는 뜬장 구조로 되어 있다.

현행 동물원법은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에 아무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동물원의 인허가 및 관리 등 동물원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 부여하고 있다. 야생동물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환경부가 동물원의 관리주체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동물원의 일관된 관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용득 의원은 “현행 동물원법은 동물원 관리의 최소한 만을 규정한 것으로, 전시동물 종의 본래 습성에 맞는 사육환경의 제공 및 학대 방지 등 전시동물의 복지 관련규정이 미비하다"면서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철저히 희생되고 있는 소중한 생명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 줄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고 법안발의 취지를 밝혔다.

동물원법 취지 살리고 동물 고통 줄여야

동물원법은 제 1조에서 ‘동물원,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 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함’이라고 입법목적을 밝히고 있다. 사육환경과 관리상태가 열악해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 없는 동물원은 동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종 보전에 기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야생동물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 전달하기 쉽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동물원이 존재해야 한다면, 적어도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전시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성장한 시민들의 동물복지의식에 비해 우리나라 동물원의 전시환경은 자연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전시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발의안의 통과로 비록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이라 해도 본연의 습성을 최대한 갖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글 · 사진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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