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문가 간담회 개최하고
균형 있는 신규 벤치마크 개발
상장제도 재정비 등 방안 발표
외국인 9개월 연속 순매수세
코스닥 700 고지 탈환 눈앞
투자자 80%가 개인은 ‘약점’
정부가 코스닥시장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때 마침 코스닥지수도 ‘700선 고지’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고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어 여건도 나쁘지 않다. 다만 개인 투자자 비중이 여전히 높고 대표주들이 줄줄이 코스피로 떠나는 추세라 ‘코스피의 2부 리그’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코스닥 시장이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상장제도 재정비 ▦신규 벤치마크 지수 개발 ▦상장기업의 투명성 강화 등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기 때문에 추진력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닥의 시장 여건도 나쁘지 않다. 이날 680.61로 마감한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4.3% 상승해 3.6% 오른 코스피보다 성적이 좋다. 내친 김에 1년 2개월 만에 700선 돌파도 넘보고 있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700선을 마지막으로 넘긴 건 작년 8월 12일(705.18)이다.
외국인도 지난 2월부터 9개월 연속 코스닥주식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2,500억원 가량 매수 우위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26일 현재 235조2,000억원)은 2013년(119조3,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자 80% 이상이 개인으로 이뤄져 있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지적된다. 코스닥 투자자 대부분이 기업 실적에 기반한 우량주 장기 투자보다는 투기적 성향이 더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풍문에 의한 테마주 단타매매가 성행하기도 한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연기금 등 기관 투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균형 있게 반영한 신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방향을 결정할 때 주로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등 코스피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수가 나오면 코스닥시장에도 기관 자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몸집을 키워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하는 추세도 계속돼 코스닥시장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코스피로 둥지를 옮긴 뒤, 지난달에는 대장주 셀트리온도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전 상장을 결의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나 선물상품 등이 개발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며 “앞으로 기술기업들의 모임이라는 시장 정체성을 강화하면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 유인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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