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관례 비춰보면 이례적 행보
금융위 “취소 아냐… 내달로 연기”
“가계빚 질문 부담에 미뤄” 해석도
관가에서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은 나름 특별한 날로 여겨집니다. 신임 장관이 부처를 얼마나 잘 이끌고 있는 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 평가’가 통상 취임 100일을 전후로 해 이뤄지기 때문이죠. 장관 취임 100일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만에 임명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최 위원장의 취임 100일 행보를 담은 어떤 참고자료도 내지 않았고요. 오히려 최 위원장은 이날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은행권 평창올림픽 기부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금까지 관가에서 취임 100일 볼 수 있던 풍속도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안 여는 게 아니라 11월로 미룬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애초 취임 100일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는데, 10ㆍ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곧바로 간담회를 여는 게 적절하지 않아 아예 국감이 끝난 뒤로 연기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간의 정책 성과가 다뤄져야 할 기자간담회가 최근 가장 큰 관심거리인 가계부채와 관련된 질문들로 채워지는 게 부담스러워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업계 안팎에서 최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입니다. 최 위원장이 취임 이후 취약차주를 위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 같은 정책들을 무리 없이 진행, 뛰어난 업무추진력을 보여 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전형적인 ‘덕장’ 스타일로, 조직 내 평가도 좋습니다.
다만 다른 한쪽에선 금융위원장이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힘을 쏟기 보다 서민 친화적인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뤄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 궁금해집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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