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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지휘’ 추정 북한 남성 CCTV 영상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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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지휘’ 추정 북한 남성 CCTV 영상 또 나왔다

입력
2017.10.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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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다른 北남성들에 지시 모습 찍혀

‘하나모리’ 가명 사용… 정체는 확인안돼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알람 고등법원에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오른쪽 두 번째)가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알람 고등법원에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오른쪽 두 번째)가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김정남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에 관여한 북한인 용의자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찍힌 영상이 법정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특히 이 영상에는 김정남 암살을 가장 윗선에서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의 모습도 담겨 있어 사건 전말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26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김정남 암살사건 공판에서 지난 2월 13일 범행 당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여기에는 ‘하나모리’라는 가명을 쓰는 동양인 남성이 다른 공범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공항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있던 하나모리는 북한 외무성 소속 공작원인 홍송학(34)으로 추정되는 ‘장’이라는 인물과 ‘와이(Y)’로 불리는 다른 남성을 각각 접촉했다. 장과 와이는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인 도안 티 흐엉(29)의 손에 신경작용제 VX를 직접 발라주며 김정남 공격을 지시했던 인물들이다. 와이는 또, 손에 물병을 든 채로 도안 티 흐엉과 함께 김정남이 공격을 받았던 지점 근처에서 대기하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앞서 일본 후지TV는 지난 8일 방송된 다큐멘터리에서 시티 아이샤에게 택시 티켓을 건네는 남성의 모습을 전하면서 그를 홍송학이라고 주장했고, 도안 티 흐엉에게 지시를 내린 남성에 대해선 북한 공작원 리재남이라고 밝혔다. 리재남은 북한의 대남ㆍ해외 공작업무를 맡는 정찰총국 간부로, 김정남 암살을 총지휘했던 인물로 거론돼 왔다.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김정남 공격이 성공하자 하나모리와 장, 와이는 같은 차량을 타고 공항 제1터미널로 이동했다. 해당 차량은 사건 초기 체포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46) 소유의 도시행 밴이었다.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법정에서 “조사결과, 하나모리는 이번 사건의 지휘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3명의 정확한 정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 검찰은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시티 아이샤를 포섭한 인물인 ‘제임스’가 사건 당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하나모리와 장, 와이와 함께 제1터미널 출국장에 있었다고 밝혔었다. 제임스는 북한 국적 용의자 리지우(30)가 썼던 가명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홍송학과 리재남, 리지현(33), 오종길(55)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이 사건 당일 출국, 인도네시아와 두바이 러시아 등을 거쳐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설명했었다. 리지우는 치외법권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으로 피신했다가 이후 출국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함께 출국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등장인물들이 적지 않아 하나모리와 와이가 오종길이나 리지현, 리재남의 가명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인물들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완 아지룰은 남성 공범 4명의 신원에 대해선 “가명 외에는 밝혀진 정보가 없다”며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와 인터폴 등의 도움을 받아 이들의 행적을 추적 중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김정남은 피살 당시 ‘김 철’ 명의의 북한 여권 4매를 소지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공판에서 완 아지룰은 김정남이 각각 다른 연령대의 사진이 붙어 있는 여권 4매를 갖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 여권들은 북한대사관에 넘겨줬으나 복사본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 동안 김정남 존재를 부인하고자 사망자가 갖고 있던 여권은 위조여권이 아니라 진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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