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올림픽 후 20차례 이상 서울역 출발 해야”
상시 할인 등 적용 서울~강릉 2만5000원 요구
개통을 1개월 여 앞둔 서울~강릉 고속철도(경강선)의 서울 출발역과 요금 등 세부 운영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내년 3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고속철 운영계획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강원 강릉시가 먼저 협상안을 제시하며 코레일을 압박하고 나섰다.
26일 강릉시와 코레일에 따르면 12월 중순부터 서울~강릉(277.9㎞)간 고속철도가 운행에 들어간다. 이 철도는 수도권에서 강원 영동지역을 70분 대에 이어준다. 현재 청량리에서 강릉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시간이 5시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교통혁명’에 가깝다.
당장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에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을 거쳐 강릉역까지 하루 51차례(편도 기준) KTX열차가 국내외 선수단과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앞서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은 5월부터 경강선 노선 내 역사, 노반공사를 마무리 짓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코레일은 개통에 앞서 경강선 테마 여행상품을 출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문제는 평창올림픽 이후 노선 운영계획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코레일 등이 내년 3월부터 서울~강릉 열차를 하루 18~26회 운행할 것으로 알려졌을 뿐, 서울 출발역, 시간 등 운행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올림픽 이후 열차 운영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애가 타는 강릉시가 최근 “하루 26차례 운행을 기준으로 최소 20차례 이상 서울역에서 열차가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4조원이 들어간 고속철도 개통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청량리, 상봉역보다 유동인구가 많고 환승이 쉬운 서울역 출발 노선이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올림픽 이후 경강선 열차의 서울역과 청량리역의 출발역 배분이 모호하다”며 “서울역을 주 출발역으로 하는데 시민들의 의지와 행정력을 집중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강릉시가 개통을 한달 여 앞두고 대응에 나선 것은 그 동안 경강선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정부가 고속철 출발역을 상봉역으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릉지역의 반발이 이어졌다. 당시 강릉시와 시의회 등이 “대중교통과 연계성이 크게 떨어져 효과가 반감된다”며 철회를 요구하자 국토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올림픽 후에는 KTX열차가 시속 180㎞대 준고속열차로 대체될 예정이라는 소식마저 전해져 여론이 들끓었다. 앞서 2009년에는 정부가 단선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하려 하자 강릉시민들이 상경집회 나서기도 했다. 강원도 ‘무대접’ 원성을 불러올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고속철 요금을 놓고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강릉시가 제시한 요금은 서울~강릉 기준 2만5,000원선이다. 서울(강남)∼강릉 프리미엄버스(2만7,900원)과 우등 고속버스 요금(2만1,500원)의 중간 수준이다. 반면 정부 통행속도 기준 추산 요금은 2만7,200원이어서 가격 조정을 두고 진통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릉시는 경춘선ITX 노선과 같은 상시 할인 제도 도입 등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 계획과 요금은 현재 실무진인 산정 중인 단계”라며 “결과가 나오면 원만히 협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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