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시원씨 가족 반려견 사건 때문에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산책 도중 뒤에서 낮은 소리로 ‘개새끼’라고 내뱉는 반려견 혐오자들 때문에 봉변을 당할까 걱정이란다. 주인에게 한 말일 수 있다. 우리 아파트에도 ‘반려견 동반 산책시 유의사항’이라는 안내문이 승강기에 붙었다. “반려동물은 주인에게 충성하고 온순한 존재일 수 있지만, 타인에게는 우발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으니 중ㆍ대형견 동반시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고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입이 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면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달 22일에는 공개석상에서 ‘Son of bitch(개새끼)’라는 말을 썼다. 소수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가 국가 연주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행위를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는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새끼를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했고, 선수들은 SNS에 “우리 어머니는 개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 가족 내에서 개의 지위가 적어도 남편보다는 높다. 동네주민끼리 ‘XX 엄마’라고 하면 XX는 개 이름이라니 그럴 만하다. 사찰 등의 가족 카드에 자식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개와 산책하다 인연을 맺어 결혼한 경우도 있다. 개에게 ‘XX야 엄마한테 와’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개를 키우지 않는 입장에선 황당하다. 아니 사람이 왜 개의 부모가 되는 건가. 개새끼는 욕인데, 개엄마 개아빠는 욕이 아니다. 포털에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스스로 ‘개엄마’ ‘개아빠’라고 소개한 경우가 많다. 합쳐서 ‘개엄빠’라고 한다.
▦ 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냥(양)집사’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에게 엄마 아빠 노릇을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 구실을 하기 때문이란다(자유기고가 한경심). 반려견 숫자가 늘면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늘었다. 개로 인한 분쟁으로 이웃이나 남편이 살해되기도 했다. 반려동물 1,000만마리 시대인지라 산책 길에 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반려견관리 펫티켓 개파라치도입 등에 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이 참에 개주인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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