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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처방 잘못해 결핵 환자 숨지게 한 보건소 억대 배상

입력
2017.10.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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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료진 과실과 사망 인과관계 존재

구청, 유족에 1억2000만원 지급해라”

인천지법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지법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의 한 구청 보건소에서 약을 잘못 처방 받아 결국 사망에 이른 결핵 환자의 유족이 구청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부장 홍기찬)는 숨진 A(사망 당시 55세)씨의 남편과 아들이 인천 모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표자인 구청장에게 A씨의 남편에게 7,683만원을, A씨의 아들에게 4,559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14년 1월 한달 반 정도 기침, 가래 증상이 계속되자 보건소를 방문해 결핵검사를 받았다. 이후 결핵환자로 등록하고 4가지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는데, 보름 후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간기능검사 결과 간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왔고 A씨는 약 복용을 중단했다.

일주일 뒤 다른 병원에서 간수치가 낮아진 사실을 확인한 A씨는 보건소 지시로 전에 먹던 약을 똑같이 처방 받아 복용했다. 추가로 간기능검사 없이 약을 먹었던 A씨는 보름 후 열이 나고 구토가 발생해 검사를 받았던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선 A씨에게 간독성이 적은 다른 약을 투여했으나 간기능은 저하됐고 약 투여를 중단해야 했다. A씨는 결국 그 해 4월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약을 복용한 후 간수치가 상승해 복용을 중단했다면 간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하로 감소한 후에 투액해야 함에도 보건소가 지키지 않았다. 또 약을 일정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투여하면서 간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했어야 하지만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한번에 투여한데다 이상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구청이 위자료, 장례비 등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결핵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결핵의 일반적인 치료방법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항결핵제를 6개월 이상 투약해야 한다. 간독성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약을 중단했다가 증상이 없어지면 한가지씩 투여하면서 관찰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직접 사인이 폐결핵인 점, 지속적으로 결핵약을 복용함으로써 완치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보건소가 간독성을 방지하기 위해 권고되는 투약 순서를 준수하지 않은 것과 A씨가 간독성으로 인해 더 이상 결핵치료를 하지 못해 사망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보건소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보건소에서 결핵치료를 받게 된 경위, 보건소의 진단ㆍ치료 경과, 과실의 경중, A씨의 병력 등에 비춰 피고의 책임비율을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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