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사우디 비전2030 위원회 설치
석유 의존 경제구조 전환 목표
#2
일본 이어 두 번째 장관급 협의체
제조, 에너지, 스마트인프라 등
5대 분야 40개 협력프로젝트 선정
#3
정부가 직접 원전 세일즈 나서
미래 신도시 ‘네옴’ 개발도 호재
‘탈(脫) 석유 경제개혁’을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간 장관급 협의체가 만들어진다. 원전을 필두로 조선, 방위산업,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늘려날 방침이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 27일 서울에서 ▦사우디 경제기획부와 장관급 면담 ▦양국 기업인 간 비즈니스 포럼 ▦한ㆍ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 등을 잇달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ㆍ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는 사우디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국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행 과정에서 한국과 사우디가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설치한 협의체이다. 사우디 정부가 구체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비전 2030 총투자 규모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가 장관급 협의체를 설치한 것은 올 3월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위원회 설립을 위해 아델 빈 무함마드 파키흐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아루크반 사우디상의 경협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부처 및 기관 관계자, 사우디 기업인 수십명이 한국을 찾았다.
27일 열리는 첫 회의에선 그간 실무협의를 통해 발굴한 ▦제조ㆍ에너지 ▦스마트인프라ㆍ디지털화 ▦인력양성ㆍ교육ㆍ정책 전수 등 역량 강화 ▦보건ㆍ생명 ▦중소기업ㆍ투자 등 5대 분야별 40개 협력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이후 신규 협력 사업 발굴과 사업별 이행 점검, 문제 해소 등을 통해 내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2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한ㆍ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의 경제협력 관계가 기존 에너지ㆍ건설 중심에서 제조, 방산, 정보통신기술(ICT), 보건ㆍ의료 등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도 적지 않다. 울산에 합작공장을 운영 중인 SK종합화학과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 사빅(SABIC)은 사우디에 고성능 폴리에틸렌(넥슬렌) 제2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공동으로 합작 조선소와 선박엔진조립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사우디 내 태양광 발전소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자주포와 전차 등 방산분야에서 합작투자를 통한 현지생산과 기술이전, 제3국 공동진출도 논의한다. 사우디 정부가 여성 운전을 금지해왔던 관례를 깨고 내년 6월부터 30세 이상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새로운 수출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특히 사우디는 국가 원자력에너지 사업으로 2030년까지 총 2.8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를 도입할 예정이며 소형원자로 개발과 원전 산업 육성, 원전 규제체계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양국 장관 면담에서 “한국은 40년 이상 원전건설ㆍ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원전시공, 사업관리 역량을 입증해왔다”며 “예산과 공기를 준수하면서, 중동지역에 원전건설 경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4일 내놓은 첨단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 개발 프로젝트도 국내 기업들에겐 호재다. 사우디는 한국기업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위 국가이다. 리야드 북서쪽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 지대에 총예산 약 5,000억달러(약 565조원)를 들여 서울 면적의 약 43.8배(2만6,500㎢)에 이르는 신도시를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네옴에서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하고 경비, 배달 등 단순 반복작업과 노인ㆍ유아 돌보기 등은 로봇이 대신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신도시 개발계획 가운데 실제 추진된 사업이 적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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