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만으로도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세의 부과 ·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마다 세목과 세율이 다를 수 있어, 국민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6일 문재인대통령 주재로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2회 시ㆍ도지사 간담회’에서 이런 안건이 담긴 ‘자치분권 로드맵(안)’이 논의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동연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7개 시ㆍ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된 로드맵(안)에는 우선 자치분권 추진기반 마련을 위한 헌법개정 지원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차제의 과세자주권 보장, 자치입법권 확대, 제2국무회의 제도화, 지자체의 지방정부 개칭 등 개헌이 필요한 주요 쟁점들을 검토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법률이 아닌 지자체 조례만으로도 지방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조세법률주의’ 원칙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헌법 개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밖에도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추진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우선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사무구분 기준을 명확히 하고, 법령 제ㆍ개정 시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해 합리적 권한 배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고, 시도교육청 및 단위학교에 유아ㆍ초ㆍ중등 교육 권한을 이양할 계획이다.
재정분권도 함께 추진된다.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비중 확대,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할 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 등을 통해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 수준으로 개편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밖에도 지방직 소방공무원 4만4,792명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소방 현장인력 2만명을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권한 이양으로 지방자치권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키고자 한다”며 “시ㆍ도지사들의 숙원인 지방 재정 확충방안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 지자체 등도 참여해 달라”고 밝혔다.
여수=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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