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장관, 기자간담회서 입장 발표
“북측이 기업 자산 훼손한다면 불법적 침해
방북은 자산 상태 확인용… 공단 재개와 무관”
“北 도발 가능성 여전… 협상 진입 쉽지 않아”
정부가 방북을 신청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신변 안전 보장 관련 조치를 해달라고 북한에 공식 요청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4일 강원 삼척시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개성공업지구법이나 투자보장합의서 등을 믿고 투자한 만큼 북측이 기업 자산을 훼손한다면 불법적 침해라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한다”며 “정부는 북측에 우리 기업인의 방북 신청 승인에 필요한 신변 안전 보장 및 통행 관련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장관은 “(정부의) 우리 기업 방북 추진을 개성공단 재개와 연관해 추정하는 분들이 일부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자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일 뿐 공단 재개와는 무관하다”며 “재개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전환된 뒤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신변 안전 보장 관련 근거 서류를 발급해 주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려 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게 좋은 건지,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태에서 북측에 이야기할 방법이 없는 기업을 대신해 정부가 북측에 (해당 조치를) 요청하고 서류가 오면 사후에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를 법률적ㆍ절차적으로 검토하고 관계 부처와도 의견을 나누느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북한의 전향적 반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인부터 하는 대신 북측의 반응부터 살피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보다 안정적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 당국자는 ‘입주 기업의 자산 침해가 있을 경우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제정한 투자보장합의서를 위반하는 조치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 외에 실효성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대답했다. 더불어 “이번 요청을 남북 대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20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승인과 관련해 북한에 협조를 촉구하는 식으로 입장을 밝힐 방침이었지만 정부 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입장 발표를 보류했다. 이에 당일 새벽 북한이 대외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입에 올릴 자격도, 명분도, 체면도 없다”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 공장을 은밀히 가동 중”이라고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고, 북한은 6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며 공장 무단 가동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개성공단 기업인 40여명은 12일 직접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시설물 점검을 하겠다며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40일가량 도발을 중단 중인 북한의 동향과 관련, “도발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당장 오늘 밤 도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국면”이라며 “9월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자기 이름으로 (대미 초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황에서 그냥 넘어가는 게 오히려 이례적이고 미사일과 관련해 북에서 여러 동향이 9월 이후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협상 국면으로 진입시켜 풀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협상 국면 진입이 아주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갖고 있는 불신의 벽이 워낙 높고 입장 차도 크기 때문에 (협상 국면에) 진입했다 해도 협상을 진전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그만 실마리라도 있으면 그걸 계기 삼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상 자체는 장기적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와 관련해 조 장관은 “(참가를) 예상할 수 있는 신호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건 아니지만 남북 체육 회담이 필요하면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북한이 전반적인 남북 관계에 대해 보인 입장을 감안할 때 체육 회담보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를 통해 (참가 여부를) 협의해나가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당국자는 “현재 정부가 (올림픽 기간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척=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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