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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현장에서] 하늘나라서 부산 돌본 故 조진호 감독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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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현장에서] 하늘나라서 부산 돌본 故 조진호 감독 뒷얘기

입력
2017.10.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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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 추모 공간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클래식)의 2017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이 열리기 약 2시간 전. 경기 장소인 부산 구덕운동장 입구 옆에는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고(故) 조진호 부산 감독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축구 팬들의 발길은 약속이나 한 듯 추모 공간으로 향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헌화한 뒤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박진호(44)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파크 경기를 꾸준히 봐왔다. 오랜 팬의 마음으로 ‘조 감독님, 편히 쉬세요’라는 추모 메시지를 적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의 빈자리는 이승엽(42) 감독대행이 대신한다. 이 감독대행은 경기 전 "멘탈은 우리가 수원보다 강할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 감독의 비보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얘기였다. 서정원(47) 수원 감독도 “축구는 여러 요소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부산 선수들이 한껏 동기부여 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킥오프 전 구덕운동장 내에도 추모 물결이 일었다. 묵념으로 조 감독을 추모한 부산은 결국 120분 연장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후반 20분 수원 염기훈(34)에게 패널티킥 골을 내준 부산은 12분 후 이정협(26)의 득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전후반 30분간 추가골을 뽑지 못한 양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부산은 4번 키커 차영환(27)이 골망을 흔든 데 반해, 수원은 김은선(29)이 실축해 위기를 맞았다. 부산은 마지막 키커 고경민(30)이 골을 터트리면서 수원을 승부차기 4-2로 물리치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조진호 부산 감독 추모 공간에서 헌정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부산은 결승에 선착한 울산 현대와 11월 29일과 12월 3일에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맞붙게 됐다. 부산은 2004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정상 탈환을 노리게 됐다. 아울러 부산이 FA컵 결승에 오른 것은 2010년(준우승) 이후 7년 만이다.

이 감독대행은 경기 후 “승리가 확정되자 가장 먼저 감독님 생각이 났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눌렀다”며 “감독님과는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 클럽하우스 내에서 같은 방을 썼다. 유품을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속옷 하나가 남아 있더라. 그 속옷을 입고 경기했다. 내심 감독님이 선수들과 수원전을 같이 뛰어주지 않으셨나 생각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수원전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조 감독을 떠올리며 수시로 하늘을 바라봤다고 해 취재진을 숙연하게 했다.

구단 스태프들 역시 한마음으로 조 감독을 기렸다. 본지와 만난 구단 관계자는 조 감독의 생전 일화들을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의욕적이고 솔선수범하셨던 분이었다. 이정협 선수가 감독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같이 사진 찍자’는 말이었다. 축구 밖에 모르셨고, 순간순간 추억 남기는 걸 즐기셨던 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처음 뵈었을 때가 떠오른다. 감독님이 다짜고짜 반말을 하셨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특유의 친근함과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매력이셨다”고 털어놨다.

한 경남FC 팬이 조진호 부산 감독을 향해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사진=박종민 기자.

‘장례식 때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을 것 같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많은 감독님들이 오셨다. 유족 분들이 워낙 경황이 없으셔서 조문객 분들도 오열하지 못했다. 유족들에게 결례가 될까 봐 다들 조심하시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고향이 대구이고 사시던 곳은 서울이며 일은 부산에서 하셨다. 빈소 결정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친이 안 계시고 사모님도 큰 슬픔에 빠져있던 터라 장모님께서 결정하셨다”고 덧붙였다.

이날 부산 선수들은 왼쪽 어깨 부분에 검은 리본을 달고 그라운드를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 끝까지 선수들이 검은 리본을 달고 뛸 예정이다”며 “이 감독대행 체제도 끝까지 유지될 것이다. 시즌 종료 때까지 다른 감독님을 선임할 계획은 없다. 당분간 하늘에 계신 감독님과 함께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구단은 유족에 대해 향후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부산=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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