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프로배구(V리그) 여자부 개막 전 미디어데이 때 ‘다크호스’가 되겠다고 담담히 말했던 초보 감독 이도희(49) 현대건설 감독이 약속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트 위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의 모습 뒤에는 선수들을 ‘친언니’처럼 살뜰히 챙기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하려는 노력이 숨어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지난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홈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13, 25-22, 25-14)으로 완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개막 후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단독 선두(3승)가 됐다. 이 감독은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과 시즌 첫 ‘여성 사령탑 맞대결’에서도 먼저 웃었다.
지난 시즌 4위(14승 16패)로 마감했던 현대건설은 이도희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 감독과 선수들, 코칭스태프들 3자간 허물없는 소통이 있었다. 이 감독은 2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해설위원 시절을 회상하며 “감독의 무게감은 해설위원과 다르다. 팀을 이끄는 수장이기에 부담이 많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30경기 중 이제 세 경기 치른 상황이다. 비시즌 때 열심히 훈련했던 내용이 투영돼서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가장 먼저 선수들을 챙겼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사진=OSEN
이 감독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훈련에 앞서 선수들의 표정이 이상하면 ‘문제 있니’,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인다’라고 먼저 물어본다. 물론 코칭스태프가 몸 상태를 체크해서 가져오지만 선수들과 또 따로 가볍게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배려해 “배구 선배 혹은 언니한테 얘기하듯이 하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게 된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감독만의 소통 방식이지만 엄격한 원칙은 있다. 그는 “훈련 하는 것에는 양보가 없다. 어떤 선수들이 훈련을 쉬겠다고 해도 계획대로 밀어 붙인다. 훈련 외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터치나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장 양효진(28)이 훨씬 부담이 많을 것”이라고 웃었다.
현대건설의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세터 이다영(21)의 눈부신 성장이다. 이다영이 주전 세터로 가세한 뒤 현대건설은 세트당 0.5개의 블로킹 성공이 늘어났고 공수에서도 팀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주고 있다.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 별명을 가졌던 이 감독은 이다영에 맞춤형 스승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감독은 “비시즌 동안 다영이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허리 부상이 있었던 터여서 체력훈련과 함께 기술 훈련을 많이 해냈다. 주문을 금방 따를 정도로 능력 치가 있는 아이라서 가르치는 것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최소 2-3년은 견뎌야 좋은 세터가 될 수 있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개막 후 3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긴장을 절대 늦추지 않았다. 그는 “미디어데이 때 다크호스가 되겠다고 했다. 그 다음 목표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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