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직업병은 ‘넵병’이다. ‘넵병’이란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로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채팅창에서 ‘네’가 아닌 ‘넵’으로 답하는 행동을 말한다”(뉴스투데이, 2017.10.16).
‘네’는 주로 ‘윗사람의 부름에 대답하거나 묻는 말에 긍정하여 대답할 때’나 ‘윗사람이 부탁하거나 명령하는 말에 동의하여 대답할 때’에 쓰는 말이다. 이와 같은 뜻의 말로 ‘예’가 있다. ‘네’나 ‘예’를 강조해 이르기도 하는데, 그런 강조 표현으로는 ‘넷, 넵, 옛, 옙’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중 ‘옛’만 수록한 걸 보면, ‘넷, 넵, 옙’은 최근에 쓰인 말인 듯하다.
‘네’를 강조하는 말들은 ‘윗사람이 부탁하거나 명령하는 말에 동의하여 대답할 때’에만 쓰인다. “내일까지 보내줘요”란 요청엔 ‘넵’으로 답하지만, “밥은 먹었니?”라는 물음에 ‘넵’으로 답하진 않는다. ‘넷, 옛, 옙’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수록된 ‘옛’의 풀이도 그렇다. ‘옛’ 항목엔 “윗사람의 명령이나 요구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대답할 때 하는 말”이란 뜻풀이와 “옛, 명령대로 거행하겠습니다”란 용례가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사전의 풀이를 비교해 보면 ‘옛’은 ‘네, 예’보다 복종의 뜻이 강조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넷, 넵, 옙’의 쓰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넷, 넵, 옛, 옙’으로 강조하려는 것이 ‘복종’의 뜻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넵’이란 말을 들으면 상대가 신속하게 지시를 따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넵’과 같은 표현이 일상화한 데는 이런 인식이 한몫 했을 터. 그러나 특별한 강조 표현이 강박적으로 쓰이는 건 정상이 아니다. ‘넵병’은 ‘병’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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