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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사장, 국정원 직원 만난 것 기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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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사장, 국정원 직원 만난 것 기억 못한다?

입력
2017.10.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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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장. KBS 제공
고대영 KBS 사장. KBS 제공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국정원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로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원 직원) 만난 것 기억을 못한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으로 의혹을 부인했다.

고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국정원으로부터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국정원 KBS 담당 I/O(정보관)가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당시 KBS 보도국장(현 고대영 사장)을 만나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당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및 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장주영 KBS 이사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예산신청서 등 문서로 남아있기 때문에 제 법률적 상식으로는 200만원을 받았을 것이라 추정된다"며 고 사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고 사장은 "이미(전날 사측을 통해) 입장 발표했다. (현금 200만원을)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장 이사가 "(국정원 담당자를) 만난 적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것도 제가 기억을 못한다"고 답변했다.

장 이사는 "그게 정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국정원 담당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하시면 외부에서 만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재차 고 사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고 사장은 "그런 I/O(국정원 담당자)를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다시 "제 기억으로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애써 부인했다.

25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제885차 KBS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KBS 이사회는 본관 지하 2층에서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강은영 기자
25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제885차 KBS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KBS 이사회는 본관 지하 2층에서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강은영 기자

장 이사의 질문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그는 "국정원 담당자가 사장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진술을 하겠나"며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장은 책임질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고 사장은 "내가 만난 기억이 없다는 데 왜 가정으로 물어보느냐"며 "이사회가 법정입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서중 KBS 이사도 국정원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김 이사는 "만약 KBS 사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돈을 받았다면 징계감 아닌가"라고 물었고, 고 사장은 "징계감이겠죠"라면서도 "그러나 내가 명색이 KBS 사장이다. 유도 질문하지 말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도 "그게 다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죠"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이날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뢰후부정처사, 국정원법 위반, 방송법 위반 혐의로 2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 사장을 고소할 예정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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