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는 대학생 A(28)씨는 몸이 심하게 아픈 날에도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 병에 걸려도 쉬지 않는 ‘불굴의 노력파’라서가 아니다. 자취방이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서울 종로구 대학가의 23㎡(7평)짜리 원룸에선 옆집 소음이 생생하게 들려 잠을 자는 것 조차 힘들다. A씨 역시 아플 때면 자취방에서 쉬어가며 공부를 하고 싶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그는 “옆집 주민의 부주의라고 하기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다 들려서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고 말한다. 소음의 근본 원인은 너무도 얇은 벽이기 때문이다.
대학가 원룸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정작 자취생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간이 부족한 대학가에서 불법개조로 방 개수를 늘리는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경기 화성을)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방 쪼개기 단속 조치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이달 초까지 단속된 방 쪼개기 건축물은 649건에 달했다.
원룸 2개가 들어가야 할 공간을 3~4개의 방으로 개조하다 보면 벽이 얇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A씨는 “불법 개조된 원룸이 워낙 많다 보니 대학생들의 주소는 일반 아파트처럼 101호, 102호가 아니라 101-1, 101-2호로 나뉜다”고 말했다. 이렇게 벌집처럼 쪼개진 방에 사는 대학생들에게 ‘벽간소음’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자취를 했던 B(28)씨 역시 “옆 방 주민의 대화가 모두 들리고 내 사생활도 전혀 보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비좁은 원룸을 지으면서도 건설사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콘크리트를 충분히 쌓지 않아 벽간소음이 더 심해진다” 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사전 단속이지만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종로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무단 증축은 외부에서 티가 나지만 방 쪼개기는 내부 개조라 직접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먼저 인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역시 ‘방 쪼개기’ 단속과정에서의 피해를 우려해 신고에 소극적이다. 청년주거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관계자는 “불법 방개조 단속이 시작되면 원래대로 구조변경을 하기 위해 싱크대를 뜯어내는 등 학생들의 주거공간도 침해 받게 돼 쉽게 신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취방을 구할 때부터 ‘방 쪼개기’ 여부를 상세히 검증하고 계약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종석 동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입주 전 건축물관리대장을 열람하고, 주차공간이 있는 빌딩의 경우 주차가능 대수보다 가구 수가 더 많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개조 건축물로부터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민달팽이 유니온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불법건축물인 걸 알았을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방 쪼개기를 하는 임대인이 금전적인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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