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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온상 된 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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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온상 된 GA

입력
2017.10.2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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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당 미끼로 스카우트 경쟁

고아계약 양산 등 소비자들 피해

불완전판매율, 보험사 소속의 2배

상품 만든 보험사는 ‘나몰라라’

직접배상 책임 부과 법 개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중소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A(36)씨는 몇 달 전 회사 세미나에 찾아온 보험설계사에게 B보험사 연금저축 보험을 들었다. 설계사는 “5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10년 이상만 유지하면 비과세와 복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껏 강조했다. 며칠 뒤 A씨는 상품을 중도 해지하면 원금을 손해 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보험사에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다”며 따졌다. 하지만 보험사는 “상품을 판 건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설계사이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고 대리점 측은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파는 GA가 국내 보험설계사의 절반 이상을 끌어 모으며 날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미 보험상품의 주력 판매채널이 된 지 오래지만, 계속되는 불완전판매 등 문제로 소비자 피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GA는 고객이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1년 도입됐다. 지난 16년간 GA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보험업계 최대 세력이라 할 만큼 성장한 상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으로 웬만한 중소 보험사 못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대형 GA는 2007년 16개에서 2013년 37개, 지난해에는 53개까지 급증했다. 소속 설계사 수(작년 기준 20만8,000명)도 약 40만명인 전체 보험설계사의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커지는 규모만큼 .각종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GA가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면서 수시로 소속을 바꾸는 ‘철새 보험설계사’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GA는 높은 모집수수료(수당)를 미끼로 설계사들을 유혹한다. 통상 보험사는 설계사의 계약 유치 시 선지급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600% 수준으로 지급하지만 일부 대형GA에서는 이를 1,000%까지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철새 설계사는 이동 과정에서 전 소속사에서 맺은 계약자 관리를 방치해 ‘고아 계약’을 양산하거나 회사를 옮긴 뒤 초반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이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일삼아 피해를 키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35%였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0.78%로 2배 이상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GA로 옮긴 설계사가 기존 고객에게 새 계약을 권유하며 이전 보험 해약 방법을 알려주고 해지 손실비용까지 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는 GA가 설계사 재교육보다 계약률 높은 설계사 영입에만 혈안이 된 데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현행법상 GA가 불완전판매를 해도 부실 판매의 1차적 배상책임은 상품을 만든 보험사가 진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추후 GA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상품 판매에서 GA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 입장엔 ‘갑’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이력 의무공개 등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대형 GA에 직접적인 배상책임을 부여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GA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 설계사에 대한 교육체계 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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