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문화재위)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삭도)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실제 행정처분을 내리는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의 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강원 양양군이 신청한 문화재 현상변경을 허가할 전망이다.
문화재위 천연기념물분과는 25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양양군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에 부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오색 삭도 설치와 운영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다. 지난 6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에서 이 결정이 부당했다고 해 재심의까지 열렸으나 문화재위는 지난달 보류 결정에 이어 이날 부결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인 문화재청은 법적으로 중앙행심위의 결정을 이행해야만 해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의 심의 결과와는 별개로 사업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행정심판 기속력에 따라 현상변경을 불허할 수 없다”며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조건부라도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에서 나온 부결 결정을 뒤집은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는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표하지 않도록 사전조율 등을 통해 의견을 조정해 왔다. 문화재위는 문화재청이 현실적으로 심의 결과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은 알고서도 부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위는 “문화재청에서 행정심판법에 따라 행정처분 시 저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부결 결정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문화재청에 ‘조건부 가결’을 제시한 셈이다.
문화재 현상변경은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 문화재청에서 받아야 하는 허가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전체 사업 구간 3.5㎞(오색지구~끝청) 중 3.1㎞가 천연기념물 제171호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포함된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이 구간에 산양 56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앙행심위는 6월 “문화재위가 문화재 보존ㆍ관리에만 집중하고 활용 문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재위의 부결 결정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 처분이 나온다고 해도 모든 산을 넘은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가 이뤄지면 사업은 환경부로 넘어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과해야 한다.
양양군 지역사회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준화(48)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장은 “문화재청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데 감사 드린다”며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소통하면서 친환경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해 보자”고 제안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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