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을 앞둔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인근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경기 시작을 5시간여 앞둔 오후 1시부터 KIA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넘쳐났다. 2014년 챔피언스필드 개장 후 처음이자 2009년 이후 8년 만에 안방에서 치르는 한국시리즈를 보기 위한 광주의 열기는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전쟁 같았던 티켓 예매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지정석이 없는 외야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팬, 암표라도 구해보려는 팬, 자리는 확보했지만 일찍부터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장 내 매점과 편의점은 특수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KIA 구단 직원들도 최상의 손님 맞이를 위해 이른 시간부터 만반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경기장뿐 아니라 도심 전체가 들썩였다. 택시를 타는 승객들의 행선지는 대부분 야구장,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의 화제는 오직 야구였다. 광주 최대 번화가인 서구 상무지구의 요식업체들은 대형 스크린을 준비하거나 TV를 보기 좋은 곳에 배치해 관전 준비를 마쳤다. ‘구도’ 부산에 버금가는 전국구 인기구단 KIA의 한국시리즈 열기는 오후 3시 30분께 현장판매분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는 안내판이 내걸리며 총 1만9,600장석 매진으로 반영됐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 선수단 소개와 가수 백지영의 애국가 제창으로 끌어 올려진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으로 절정을 이뤘다.
관중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구자의 ‘정체’를 직감하고 있었지만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를 받은 문 대통령이 ‘KOREA'가 새겨진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3루 쪽 KIA 더그 아웃을 거쳐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문재인’을 연호하며 마치 후보 시절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은 광주에 정적이 흐른 건 5회말이었다. 4회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낸 두산은 박건우의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이어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4번 김재환은 KIA 선발 헥터 노에시의 4구째 시속 148㎞ 직구를 힘껏 퍼 올렸다. 높게 뜬 타구에 KIA 우익수 이명기가 잡을 듯 천천히 뒷걸음질쳤지만 힘이 살아 있어 그대로 넘어갔다. 정규시즌에서 KIA를 상대로 홈런이 없었던 김재환의 균형을 깨는 한 방이었다. 플레이오프(PO)까지 포함해 올해 포스트시즌 4번째 홈런이다. PO 최우수선수(MVP) 오재일의 방망이에도 불씨가 남아 있었다. PO 4차전에서 4홈런 9타점을 쓸어 담았던 오재일은 김재환에 이어 헥터의 7구를 때려 다시 한 번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PO 5방을 포함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6개째 괴력이다. 연속타자 홈런은 포스트시즌 22호이자 한국시리즈 8호다. 5-3으로 승리한 두산은 기선 제압에 성공하며 3연패를 향한 첫 단추를 뀄다.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5.8%(33차례 중 25회)에 이른다. 두산은 2015년 삼성과 2차전부터 한국시리즈 9연승 행진도 이어갔다.
두 팀이 기대한 에이스들의 명암은 엇갈렸다. 정규시즌 20승(5패)을 올린 헥터는 6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NC와 PO에서 부진했던 니퍼트는 5회 로저 버나디나에게 3점홈런 1개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곤 6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4사구 3개, 4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두산의 ‘믿을맨’ 함덕주는 이날도 니퍼트에 이어 7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으며 김강률은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KIA는 8회 무사 1ㆍ2루에서 안치홍이 3루수 병살타로 물러나며 마지막 추격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범호와 나지완이 7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게 아쉬웠다.
두 팀의 2차전은 26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KIA는 양현종을, 두산은 장원준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광주=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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