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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진호 감독과 함께 뛴 부산...기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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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진호 감독과 함께 뛴 부산...기적을 쓰다

입력
2017.10.25 22: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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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 이정협이 25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아이파크 이정협이 25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감독님이 저희와 함께 뛰실 거라 믿습니다.”

이승엽(41) 부산 아이파크 감독대행은 25일 홈인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비장하게 말했다. 원래 부산을 이끌던 조진호 감독은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젊은 지도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축구계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조 감독 타계 후 열린 부산의 첫 안방 경기였다. 조 감독 아래서 코치를 하다가 갑작스레 지휘봉을 물려받은 이승엽 감독대행은 “조 감독님이 생전 오늘 경기를 철저히 준비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관중석에 추모 현수막이 걸렸고 대회 안내 책자에도 조 감독 사진과 ‘당신의 열정을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실렸다. 원정을 온 수원 팬들도 애도했다.

故 조진호 감독을 애도하는 문구와 사진이 실린 대회 안내 책자. 부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故 조진호 감독을 애도하는 문구와 사진이 실린 대회 안내 책자. 부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사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부산이 뒤진다. FA컵 3연패에 도전하는 수원은 ‘전통의 명가’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에서도 4위에 올라 있다. 반면 부산은 하부 리그인 챌린지(2부) 소속이다. 그러나 다윗의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게 FA컵의 묘미. 부산 선수들은 조 감독에게 승리를 바치겠다는 열의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정신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훨씬 강할 것”이라고 했다. 적장인 서정원(48) 수원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수시절 조진호 감독과 국가대표 룸메이트로 막역했던 서 감독은 상가(喪家)에서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부산의 또 하나 믿을 구석은 체력이었다. 일찌감치 챌린지 2위를 확정한 부산은 지난 22일 정규리그 경기에 주전을 대거 쉬게 하는 등 열흘 동안 이날 경기만 준비했다. 반면 치열한 순위 다툼 중인 수원은 연이은 격전으로 다소 지쳐있었다.

부산 아이아크 선수들이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 앞서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한 조진호 감독을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부산 아이아크 선수들이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 앞서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한 조진호 감독을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양 팀 선수들의 묵념으로 경기가 시작했다. 검은 완장을 차고 나온 부산 선수들은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수원이 후반 17분 염기훈(34)의 페널티킥으로 앞서갔으나 후반 31분 조 감독 애제자 이정협(26)이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장이 달아올랐다. 동점 이후 부산 선수들은 방금 경기를 시작한 것처럼 펄펄 날아다니며 수원을 몰아쳤다. 1부와 2부 팀이 뒤바뀐 것 같았다. 연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부산 쪽에 행운도 이어졌다. 연장 후반 8분 수원 조나탄(27)이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지만 비디오판독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만 시행되다가 FA컵에서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이 부산을 살렸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물병을 집어 던지며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부산이 4-2로 승리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부산 이정협은 3번 키커로 나와 실패했지만 수원 선수들이 잇달아 실축하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챌린지 팀이 FA컵 결승에 오른 건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과 울산 현대의 FA컵 결승은 11월 29일과 12월 3일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다.

부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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