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 공약’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깜짝 시구자로 등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초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이날 시구자로 발표했지만 이후 청와대의 제안을 받고 철통 보안 속에 문 대통령으로 바꿔 시구 직전에 발표했다. 김 회장도 마운드에 함께 올라 문 대통령의 시구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투표 독려차원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함께 밝히는 방식이었다. 이 이벤트에서 투표 인증 1위를 차지한 팀이 KIA였다. 타이거즈의 레전드인 김응용 회장과 김성한 전 KIA 감독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아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에게는 제2의 고향과 같은 팀이다. 대선 후보였을 때인 지난 4월18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열린 후보 유세 때 이들은 함께 무대에도 올랐다. 당시 문 대통령에게 해태의 빨간색 유니폼 상의를 입혀줬던 김성한 전 감독도 이날 광주구장을 찾았다.
공약 내용은 ‘투표 인증 1위 팀 연고지에 가서 시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정규시즌 중에는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KIA가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보이는 한국시리즈 개막을 알리는 시구자로 나서게 됐다.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전 투구 연습을 지도한 주인공은 한국시리즈 최다승(7승)의 주인공인 ‘가을 까치’ 김정수 KIA 코치였다. 이날 김 회장과 김성한 전 감독을 비롯해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등 타이거즈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는 2013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이다. 1차전 시구는 1995년 10월14일 잠실 OB-롯데의 한국시리즈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2년 만이다. 정규시즌과 올스타전을 합쳐서는 역대 7번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원년인 1982년 개막전에서 첫 시구를 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두 차례와 정규시즌 개막전 등 역대 최다인 세 번이나 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7월17일 올스타전 때 시구자로 나섰다. 대통령의 시구가 드문 건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완벽한 보안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대통령의 시구 계획이 미리 알려지는 순간 일정은 전면 취소될 수밖에 없어 극비에 부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집권 후 스포츠 행사에 참여한 건 지난 6월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개막식 참석 이후 두 번째다. 광주=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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