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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이젠 이모뻘... 서른 별거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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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이젠 이모뻘... 서른 별거 없더군요"

입력
2017.10.25 17: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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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워서 몸에 습관처럼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문근영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워서 몸에 습관처럼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정말 아름다운 걸 보면 감정이 벅차 올라서 울컥할 때가 있지 않나요?”

얼마 전 영화 ‘유리정원’(25일 개봉) 시사회에서 울었던 이유를 묻자, 배우 문근영(30)의 커다란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이 다시 촉촉해졌다. 한 작품을 끝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감정을 비우곤 하는데, 이 영화를 마치고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문근영은 “감정 표현에 제약이 없는 배우라서 이럴 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생긋 웃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유리정원’은 숲속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과, 그런 재연의 삶을 훔쳐보며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훈이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재연은 미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 받게 되고 숲의 평온은 깨진다. 문근영은 순수와 광기, 집착과 관조를 오가며 재연의 뒤틀린 내면을 빚어낸다. “순수 안에 광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절한 표현 수위를 찾기 어려웠어요. 자칫하면 미친 사람으로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 ‘명왕성’(2013)과 ‘마돈나’(2015)로 연출력을 빛냈던 신수원 감독은 지혜로운 길잡이였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성향이 비슷해서 감독님과 대화하는 게 무척 즐거웠어요. 감독님은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고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어요. 솔직히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간혹 있거든요.”

‘유리정원’의 과학도 재연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구 성과를 빼앗기고 스스로 숲속 유리정원에 고립된다. 숲은 초록으로 풍요롭지만, 재연의 내면은 황폐하고 쓸쓸하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유리정원’의 과학도 재연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구 성과를 빼앗기고 스스로 숲속 유리정원에 고립된다. 숲은 초록으로 풍요롭지만, 재연의 내면은 황폐하고 쓸쓸하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국민 여동생’이란 수식어가 ‘배우 문근영’을 인정 받는 데 걸림돌이 됐을지 모르겠다. 13세 때 드라마 ‘가을동화’(2000)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영화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 등을 거치며 문근영은 밝고 씩씩한 이미지로 굳어졌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으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하고,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2010)와 연극 ‘클로저’(2010) 등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혔지만, ‘국민 여동생’은 좀처럼 문근영을 놔주지 않았다. 어느덧 문근영이 30대가 됐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많다. “여동생보다는 이제 ‘이모’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됐죠(웃음). 대중들도 ‘국민 여동생’을 잊어가는 것 같아요. 영원히 나만의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을 테고요. 저도 마냥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문근영은 시간을 거스르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싣는 편을 택했다. 그는 “양심상 작품 안에서 교복은 못 입을 거 같다”고 웃으며 “나이 들면서 잃는 게 있으면 새로 얻는 게 있으니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또 “서른 살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별 거 없더라”면서 “내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잘 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근육과 신경에 통증을 유발하는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치료가 잘돼 완전히 나았다. 그래서 활동적인 취미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때 배운 도예를 다시 시작하려고요. 스킨스쿠버도 꼭 해볼 거예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문근영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져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문근영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져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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