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오른쪽), 이범호/사진=KI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다 같이 사우나에 앉아서 웃었어요.”
지난 21일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은 두산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 나흘 뒤 KIA를 상대할 준비를 해야 했다. 특히 NC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환상의 선발진 ‘판타스틱4’가 흔들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산은 ‘선발 야구’의 명가로 꼽힌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선발이었던 니퍼트(5⅓이닝 6실점)-장원준(5⅓이닝 6실점)-보우덴(3이닝 3실점)-유희관(4⅔이닝 4실점)가 모두 조기 강판하며 1승도 못 따내는 수모를 겪었다. 부진을 비판하는 ‘환장스틱4’, ‘테러볼4’ 등의 별명도 나왔다. 이들이 마음을 다잡은 방법은 다름 아닌 ‘사우나 회동’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24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희관(31)은 창원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을 마치고 선발투수 4명이 함께 사우나에 간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4명이 다 같이 웃으면서 사우나를 갔다. 같이 탕에 들어가서한국시리즈에서 잘 하자고 얘기했다. 다들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4총사를 괴롭히는 비판적인 별명에 대해서도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지난 성적은 다 잊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호쾌하게 답했다.
큰 점수로 팀을 승리로 이끈 타자들에 대해 감사와 반성도 했다. 유희관은 “타자들이 잘 쳐서 이겼다. 투수와 타자들이 같이 부진하면 팀이 어려운데 타자들이 잘 하니 투수들도 각성했다”고 말했다. 야수 입장에서는 투수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야수 오재일(31)은 “(투수가) 못 던질 때도 있다”며 투수들을 다독였다.
두산은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중요한 일전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걱정보다는 특유의 ‘유머’와 ’앞으로 잘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압박감을 해소했다. 유희관은 “(플레이오프에서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면서 “잘 던져서 승리 투수가 됐으면 주가가 올라갔을 텐데”라고 덧붙여 분위기를 띄웠다. 부진을 언급하는 취재진의 지적이 무색하게 유쾌하게 말을 이어가는 유희관의 모습에서 자신감 넘치는 팀 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김기태(48) KIA 감독은 특유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선수들과 ‘친형’ 같은 대화로 팀의 긴장을 풀었다. 김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 동석한 양현종(29)의 어깨를 두드리며 거듭 “우리 팀 에이스”라고 치켜세웠다. 김태형(50) 두산 감독은 “(김기태 감독은)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친화력이 굉장히 좋다. 선수들과 친형같이 지낸다. 저도 많이 보고 하려고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 봐오면서 좋은 걸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울 점을 언급했다.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IA는 3년 연속 무대에 서는 두산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 신뢰를 바탕으로 격의 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강도 높은 훈련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덕분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도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정규시즌 타율 0.370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한 김선빈(28)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팬분들의 응원도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산 오재일(왼쪽), 유희관/사진=OSEN
광주=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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