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25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3대 노동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이 사실상 와해된 후 대한상의가 그 역할을 넘겨받은 점을 감안하면 재계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국회에 전한 셈이다. 현 정부 들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3대 노동현안은 기업 경영과 고용 여건까지 크게 좌우할 상수다. 하지만 정부의 의욕이 지나쳐 현실을 무시한 ‘과속정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대 노동현안 추진은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무려 16.4% 올린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현행법상 ‘기본급+월고정수당’만을 합친 월급 157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근로시간은 현행 상한인 주당 68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입법이 늦어지면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서라도 즉각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임금 역시 법원이 지난 8월 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커진 상태다.
재계도 이미 인상된 최저임금 자체를 시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0인 이상 기업 평균(2013년) ‘기본급+월고정수당’은 실질 임금총액의 67.1%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본급과 월고정수당만 최저임금에 산입시킬 경우, 복리후생수당과 초과근로수당 등을 합쳐 월 실질임금이 300만원을 넘는 근로자조차도 최저임금이 월 157만원에 미달해 임금을 억지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재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임금총액’ 기준으로 현실화하는 올 정기국회 입법을 요구했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서두르는 건 ‘저녁이 있는 삶’보다는 당장 ‘일자리 나누기’가 급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 만큼 1인당 임금도 줄여 그 여력으로 고용을 확대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즉각 52시간을 적용할 경우,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으로 근근이 필요임금을 채워 나가는 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오히려 소득에 큰 타격을 입는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입법을 통해,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자는 게 재계의 요구다. 통상임금 논란도 조속한 근로기준법 등의 처리를 통해 안정화 시키자는 게 요구의 골자다.
3대 노동현안은 명분이 뚜렷한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위험하다. 국회라도 재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합리적 논의를 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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