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NSC 위원직도 유력
“시진핑 ‘소방수’로 보좌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부패 척결 사령탑이었던 왕치산(王岐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상무위원 퇴임이 확정됐으나 그의 차후 행보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상8하(七上八下)’ 규율에 따라 차기 상무위원회에서는 제외됐으나 시 주석과의 각별한 친분, 걸출한 위기 관리 능력 등을 발판 삼아 어떠한 형태로든 시진핑 2기 체제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가정에서다.
왕치산은 25일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된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에게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자리를 넘겨줬다. 부패 척결 수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자오러지는 왕치산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파, 즉 ‘산시방’이다.
왕치산은 이제 상무위원에서 물러나지만 조만간 다시 중책을 맡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왕치산이 완전히 은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정치적 위기에 대처하는 ‘소방수’로 시 주석 측근에서 그를 계속 보좌할 것”이라고 전했다.
퇴임 후 왕치산이 발탁될 자리로는 우선 국가안전위원회(NSC) 위원직이 꼽힌다. 시 주석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NSC는 군사 분야는 물론, 시위, 테러, 자연재해 등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하는 위기 및 안보 대응기구다. 최근 반부패 혐의와 연령에 따른 은퇴 등으로 일부 공석이 생겨 왕치산이 이를 차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고 이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전했다. 국가부주석은 명예직에 해당하나 국가급 지도자로서 당 정치국 확대회의 등에 참석,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부주석에 취임할 경우 과거 부총리로 일하면서 외교ㆍ통상ㆍ금융 부문에서 활약한 경력을 살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외교 문제를 전담할 가능성도 높다고 중국 다유신문망(多維新聞網)은 내다봤다.
왕치산의 기용설 바탕에는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해 계속해서 반대파를 견제할 것이란 계산도 놓여 있다. 왕치산의 반부패 활동이 이만큼 주목 받은 것 역시 시 주석의 정적을 쓸어내 권력기반을 구축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한 공 때문이다. 산케이 신문은 “시 주석이 유능한 왕치산을 지도부 내에 둘 경우 반(反)시진핑 진영을 견제하는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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