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외교관 출신 없지만
국정철학 대변할 수 있는 분들”
힘 실어 주며 외교 중요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북한 핵ㆍ미사일이 워낙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동북아 전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4대국과의 외교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폭주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 속에 스트롱맨(Strongman)으로 불리는 주변국 지도자들의 장기집권 체제가 가시화한 데 따른 4대국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4개국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4대 국가 외교는 우리 외교의 기본이고, 앞으로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로 다변화해야 하는 가운데서도 4대국과의 외교가 우리 외교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4대국 대사를 모두 특임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며 4강 대사에 직업 외교관 출신이 없는 우려를 거론한 뒤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변할 수 있고, 정치적 기준도 충분히 갖춘 분들이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4개국과의 현안을 거론하며 신임 대사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미국에 대해선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 간 공조, 한미동맹 강화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방위비 분담 문제 등 난제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고 일본에 대해선 “북핵 문제 공조와 과거사 정리,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부분을 조화롭게 외교로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넘어서는 교역의 비약적 발전, 러시아는 남ㆍ북ㆍ러 삼각협력의 틀 속에서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4강 대사의 소회도 이어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수훈 주일대사는 “한일 양국이 여러 어려움을 겪었으나 내년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 단계 격상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윤근 주러대사는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 한러센터 건립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미 현지에 부임한 노영민 주중대사는 고사성어로 중국 관리들과 일합을 겨룬 일화를 소개했다. 중국 정부 인사가 최근 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목지신'(移木之信ㆍ위정자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한국이 사드와 관련해 신뢰를 어겼다는 식으로 지적하자, 노 대사가 ‘옛 것은 덮고 새로운 것을 깔자’는 의미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는 고사로 응수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신임장은 주러ㆍ주중ㆍ주미ㆍ주일본대사 순으로 수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4강국의 등급이 같아서 의전서열 순으로 신임장을 수여한다"며 "3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주러대사의 의전서열이 가장 앞선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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