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본격 도입한 동네예보
시ㆍ도 단위서 읍면동으로 세분화
동네 별로 기상관측장비 없어
행정단위로 예측ㆍ편집해 예보
장비 간 거리 최대 30㎞ 떨어져
옆동네 예보에 의존하는 곳 많아
“예보 체계만 변경하기보다
생산과정ㆍ기술 정확도 높여야”
충남 예산에 귀농해 올해 처음으로 사과 농사를 지은 윤다빈(47ㆍ가명)씨는 이번 여름 집중호우로 낭패를 봤다. 기상청 동네예보에 ‘충남 예산 대술면’을 입력해 검색해보니 강수확률이 20%에 불과한 터라 안심했는데, 오전에 갑작스레 시간 당 1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낙과가 속출한 것이다. 반대로 비가 온다고 해서 온종일 방제 작업에 공을 들였는데, 정작 비는 대술면이 아닌 다른 지역에만 내리는 날도 있었다. 윤씨는 “심지어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동네예보에는 ‘흐림’ 표시가 떠있어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중계조차 제대로 못하는 동네예보를 어떻게 믿고 앞으로 농사를 지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동네예보’가 시행 10년을 눈앞에 둔 지금도 부정확한 예보로 오보청의 오명을 덧씌우고 있다. 동네예보는 이전엔 시ㆍ도 단위로 ‘서울 한 때 비’ 등으로 예보하던 것을 ‘서울 종로 삼청동에 오후 1시부터 약 30㎜의 비’처럼 읍면동으로 지역과 시간을 상세하게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다만 동네 별로 기상관측장비를 두고 실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가로ㆍ세로 5㎞ 간격으로 나눈 뒤 기상 예보자료를 산출, 이를 읍면동 행정단위로 다시 예측ㆍ편집하는 방식이라 정확한 기초자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초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상관측장비가 비효율적으로 설치되는 등 부실한 운영으로 예보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총 588개의 기상관측장비 간 거리가 들쭉날쭉해 멀게는 30㎞ 안팎 떨어진 지역이 적지 않았다. 지방의 경우 기상관측장비 간 거리가 충남 예산-정안(32.8km)과 전북 장수-남원(28.5km), 강원 춘천-홍천(27.5㎞) 등의 순으로 멀었고, 수도권 역시 경기 안성-장호원(34.2km)이나 운평-평택(31.5km) 등은 30km가 넘었다. 위성이나 레이더 자료 등이 동네 단위로는 파악되지 않아 동네예보는 지상의 기상관측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도 불구하고 관측망이 균일하게 구축되지 않아 ‘옆 동네예보’에 의존하는 지역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올해 여름 제주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역시 관측망 공백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동네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이렇게 관측망에서 집계된 온도나 습도, 기압 등의 수치를 넣어 미래의 기상상태를 계산하는 수치예보 소프트웨어인 ‘전지구예보모델’의 예보생산 간격도 동네예보와는 시차가 있어 즉각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동네예보는 3시간 단위로 하루 8번의 예보를 내고 있는 반면 전지구예보모델은 하루에 4번만 가동되기 때문에 대기불안정으로 인해 좁은 지역에서 짧게 내리는 게릴라성 호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동네예보가 잦은 오보를 반복하는 배경에는 예보의 생산 과정이나 기술 같은 정확도는 손대지 않은 채 예보의 체계만 변경하는 등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관측망 확충과 함께 수치 예보모델의 정확도 향상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