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페이스북의 접속 제한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이 일부 통신업체의 접속 경로를 제한해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겪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망 이용 대가였다. 통신업체들은 통신망에 부담을 줄 정도로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인터넷 업체에서 망 이용 대가를 받고 있다. 도로를 깔아놓고 통행료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차량을 동원해 도로를 많이 점유하는 업체는 돈을 내라는 논리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데이터 이용(트래픽)이 많은 국내 인터넷업체 대부분은 통신업체에 망 이용 대가를 낸다. 그런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업체들은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내 인터넷업체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 역차별이다.
통신업체들이 해외업체들에게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건 아니다. 페이스북을 첫 상대로 골랐지만 엉뚱한 결과를 맞았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업체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말고 국내에 중계서버(캐시서버)를 설치하라고 제안했다.
캐시서버는 미국 본사서버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서버다. 이를 설치하면 미국 본사에 접속할 필요가 없어 이용자들이 빠르게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KT가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은 KT의 캐시서버에 접속해 페이스북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협상이 여의치 않자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KT를 제외한 다른 통신업체들의 KT 캐시서버 접속을 차단했다. 국감에 출석한 페이스북 관계자는 “KT의 요구 ”라고 주장했으나 KT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조사를 하고 있으며 다음달 이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일부 통신업체의 캐시서버 접속을 차단한 것은 전형적 볼모 마케팅이다. 이용자의 불편을 볼모 삼아 요구 조건을 관철하는 방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캐시서버 접속 차단 이후 통신업체에 제기된 이용자들의 민원이 132배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해결이 되지 않아 페이스북은 국감 당일 통신업체들의 캐시서버 접속 차단을 풀었다.
이처럼 볼모 마케팅 문제는 사태 해결 때까지 이용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업체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게 된다. 관련업체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유사한 문제가 터졌을 때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결국 볼모 마케팅은 제 1차 세계대전 때 피아 구분 없이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 독가스 꼴일 수 있다.
그런 우려를 살 만한 조짐이 보인다. 통신업계에서 지목하는 트래픽 유발이 많은 해외 3사가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다. 모두 동영상 서비스를 강조하는 곳들이다. 당연히 통신업체들은 페이스북처럼 망 이용 대가를 받고 싶어한다.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를 앞세워 국내 이용자들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 바람에 이용자가 적었던 때보다 자주 영상이 끊기고, 고화질 영상이 저화질로 재생되는 등 불편 사항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나 국내 통신업체 모두 볼모 마케팅처럼 이용자 불편 해결을 서로 미루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나 관련 통신업체의 서비스에 대해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든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용자들이 업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응원을 보낼 것이다. 정부 또한 문제가 불거진 뒤에 나설 게 아니라 해외업체의 망 이용 대가는 페이스북 이후에도 계속 제기될 문제인 만큼 볼모 마케팅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 마련 등을 서둘 필요가 있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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