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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사장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 KBS 새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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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사장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 KBS 새국면 맞나

입력
2017.10.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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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간부들이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고대영 KBS 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은영 기자
24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간부들이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고대영 KBS 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은영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부터 국정원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로 현금 2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KBS 파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5일 KBS 정기이사회와 26일 KBS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고 사장은 물론 현 KBS 이사진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 KBS 담당 I/O(정보관)가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협조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과정에서 KBS 담당 I/O가 당시 KBS 보도국장을 상대로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 개혁위는 당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및 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KBS 보도총괄팀장을, 2009년 1월~2010년 2월까지 KBS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개혁위의 발표에 대해 이날 KBS 사측은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기사 누락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나와 있는 취재상황에 따르더라도 동건에 대해서는 국정원과 검찰이 부인함에 따라 기사 자체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보도국장이 기사 삭제나 누락을 지시하거나 관여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고 고 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노조는 2009년 5월 7일 당시 KBS 보도정보시스템 정치외교부 기사창을 공개하고, 고 사장의 주장이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009년 5월 7일 KBS 보도정도시스템 정치외교부 기사창을 공개했다. 오른쪽 기사창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이회창 총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을 비난한 내용의 단신 기사가 작성돼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009년 5월 7일 KBS 보도정도시스템 정치외교부 기사창을 공개했다. 오른쪽 기사창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이회창 총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을 비난한 내용의 단신 기사가 작성돼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김범준 새노조 대회협력국장은 “당시 사회부 법조팀이 국정원 관련 보고를 한 건 올렸고, 정치외교부는 당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국정원에 대한 비난을 한 발언으로 단신 기사를 작성한 게 남아 있다”며 “그러나 정치부의 이 기사는 부장으로부터 승인이 없어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부 기사를 승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불보도 방침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국면에 대해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검찰, 노 전 대통령 구속 고심… 잡음’이라는 리포트를 네 번째 꼭지로 방송한 것. 반면 KBS는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새노조는 “KBS는 철저히 무시했고, 리포트는커녕 단신 한 줄 없었다”고 언급했다.

새노조는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 수수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KBS를 담당하는 국정원 요원이 불보도 요청으로 200만원에 대해 예산 신청을 하고, 이를 국정원이 승인해 결산서를 작성했다는 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단순히 일회성이라면 어떻게 예산을 집행하고 승인해줬는지 개혁위가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고 사장이 2009년 이후에도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반복적으로 뉴스편집을 바꿨다면, 형법상 수뢰 후 부정처사죄(공소시효 10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공소시효 7년), 방송법상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 침해 혐의(공소시효 5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당장 25일 KBS 정기이사회와 26일 KBS 국정감사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KBS 이사회의 옛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고 사장의 국정원 돈 수수 의혹을 정식 안건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옛 여권 추천 이사 6명(1명 사퇴)의 반대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다. 이사회는 이날 경영진에 대한 현안 질의를 통해 고 사장 의혹에 대해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고 사장은 청문회를 거친 최초의 KBS 사장이라고 자화자찬해왔다”며 “그러나 고 사장을 뽑은 KBS 이사회와 국회는 그가 용돈을 받는 끄나풀 정보원이었는지, 돈을 주고 기사를 팔았는지 등을 밝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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