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에서 ‘사제’가 된 이승훈(29ㆍ대한항공)과 밥 데용(41ㆍ네덜란드) 코치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2018.2.9~25)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2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첫 훈련을 마친 뒤 밥 데용 코치와 나란히 취재진 앞에 섰다. 밥 데용 코치는 선수 시절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이었다. 동계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 1개(2006)와 은메달 1개(1998), 동메달 2개(2010ㆍ2014)를 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7개의 금메달(5000m 2개, 1만m 5개)을 차지했다.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건 뒤 금메달을 딴 이승훈을 시상식에서 목말 태워 큰 화제를 모았다. 이승훈보다 열두 살이나 많은 그는 ‘패자의 품격’이 뭔지를 손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장거리 개인 종목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밥 데용 코치를 전격 영입했다.
이승훈은 “신기하다. 선수 때도 밥 데용 코치의 경기를 보며 많이 배웠는데 이제는 직접 코칭을 받게 됐다. 최대한 많이 배워 올림픽을 준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밥 데용 코치도 “이승훈을 밴쿠버에서 처음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다른 국가의 선수들을 이긴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훈련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승훈의 경쟁 상대인) 네덜란드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특징을 이승훈에게 모두 알려줄 계획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떤 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밥 데용 코치는 “선수들에게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스케이팅에서는 직선에서 타는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싶다. 코너에선 파워가 중요한데 그 힘을 직선 주로에서 살리는 요령을 터득하면 더 좋은 질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에서 1,500m와 5,000m 그리고 1만m 외에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에도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 경기를 하듯 여러 선수가 레인 구분 없이 달려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에 따라 순위를 가리는 종목인데 이승훈은 지난 시즌 이 종목에서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매번 유럽 선수들의 팀플레이에 견제를 당했다. 이겨내지 못할 때도 있고 이겨낼 때도 있었다. 올림픽에서도 유럽 선수들의 견제는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팀 추월에서 이승훈은 까마득한 후배 정재원(16ㆍ동북고), 김민석(18ㆍ평촌고)과 호흡을 맞춘다. 이승훈은 “민석이와는 팀추월에서 계속 같이 해왔고 재원이는 실력이 뛰어나 금방 따라올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내가 커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 몸 상태도 많이 올라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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