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국제문제 비화 우려
“원점 재검토를” 목소리 커져
인천공항공사가 내년 1월 문을 여는 제2여객터미널에 성형외과 병원을 설치해 환승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2터미널 3층 면세구역 서쪽에 240㎡ 규모의 성형외과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입국 절차 없이 공항 안에서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설치하면 해마다 줄고 있는 환승객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 환승률(환승객 비중)은 2013년 18.7%에서 매년 감소해 올해 6월 현재 12.1%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의료관광객 수는 2010년 8만1,789명에서 지난해 36만4,189명으로 연 평균 29.3%가 증가했다. 지난해 의료관광객 가운데 11.3%는 성형외과 진료를 받았고,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은 그 비중이 20%를 넘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공항 환승구역 내 병원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쌍커풀 시술 후 기압 차에 의해 고공에서 봉합이 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비행에 따른 피로와 면역 기능 저하로 감염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인천공항공사에 전달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환승구역에 의료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에 우려를 표한다”라며 “비행시간에 쫓겨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우려가 있고 환승공간 특수성상 좋지 않은 의료행위의 결과는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성형외과학회도 “진료과목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톡스, 레이저 등으로 제한하면 자유로운 진료권 보장 등의 문제와 상충되며 검증되지 않은 시술ㆍ수술에 대한 통제도 어렵다”라며 “마케팅 수단으로 의료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날 인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의료계 종사자들 의견을 반영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간단한 것(성형수술)만 하는 것(병원)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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