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당 대회 폐막과 맞물려 대중국 압박을 재개하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군사옵션 엄포는 비교적 자제하는 대신 중국의 대북 압박 조치를 최대한 밀어붙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북핵 해법의 중대 담판장인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의 핵심 목표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 극대화를 정조준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특히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양자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며 중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8, 9월 두 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대외 수출을 최대 90%까지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원유는 현 수준에서 동결시켰던 점에 비춰 원유 공급 중단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군사 옵션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에 대해선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 임했지만 미국과 세계는 속았고 유엔은 굴욕을 당했다”며 “북한의 위협을 되돌리는 데 실패하면 우리는 더 어두운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평화적 해법’은 북한과의 협상 보다는 중국을 지렛대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북한의 백기 투항을 유도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미국은 또 중국과의 무역 적자 및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 등의 개선도 벼르고 있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외교ㆍ안보 및 경제 분야를 아울러 미중 관계를 재설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그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집권 2기 구도를 결정하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정치적 위신 등을 고려해 로키로 대응해 왔으나, 당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미중 담판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중 압박을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리핀, 태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ASEAN)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 참가해 북핵 공조와 동시에 해상 안보 능력 강화에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 관리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는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매립과 군사기지화 등 일방적인 조치 반대를 재확인했다. 중동ㆍ아시아 지역 방문에 나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아프간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인도도 방문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의 중동 방문이 이란 견제에 있다면 인도 방문은 중국 견제의 성격이 짙다. 그는 출국에 앞서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인도와의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책임감 없이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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