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을 못하게 하면서 1,600여 가구에 이르는 저소득 가정이 건보료를 체납하는 등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ㆍ중복 복지 정비라는 명목이었는데, 서비스가 중복된 것이 아니라 액수를 보태주는 것조차 유사ㆍ중복으로 판단하면서 저소득층이 피해를 본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23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사회보장위원회의 유사ㆍ중복 복지사업 정비의 결과, 전국 11개 기초지방자치 단체의 건강보험 가입자에게서 지난달 기준으로 5,869만원의 신규 체납액이 발생했다. 총 1,625세대로 세대당 평균 체납액은 3만7,000원 수준이다. 평균 체납 기간은 8.5개월에 이른다. 이렇게 신규로 소액ㆍ장기 연체자가 된 세대들은 대부분 노인, 장애인, 차상위 계층이었다. 중앙 정부 지시로 중단된 지자체 건보료 지원 사업의 대상을 보면 대부분이 ‘건강보험료가 월 1만원 이하인 노인, 장애인,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15년부터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과 관련한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지자체 사업 163개(연간 예산 219억원 규모)에 대해 일대 정비 지시를 내렸다. 정부가 이미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추가로 액수를 얹어 주는 것은 유사ㆍ중복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건보료 지원을 하던 지자체들은 지난해 초 또는 올해 초에 사업을 중단했다.
권미혁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유사ㆍ중복 복지 사업으로 양산된 건보료 체납자에 대해 적극적인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유사ㆍ중복 복지 정비 사업은 지자체 복지를 지나치게 옥죈다는 평가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 이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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