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황제 대관식’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앙군사위원회 인선이 막바지 최대 볼거리로 떠올랐다. 중국 정치권력의 한 축인 군부에 대한 시 주석의 장악력과 함께 후계구도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마무리될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시진핑 1인 천하’를 굳혔다는 데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시 주석이 지난 18일 개막연설에서 제시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은 현직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유력 관영매체들에 의해 그의 이름이 포함된 채 공식화됐다.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王滬寧) 당 중앙영도소조 주임 등 최측근 인사들의 상무위원 진출이 가시권에 든 반면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와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등 차세대 유력주자들은 탈락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장기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황제 등극’의 마지막 관문이랄 수 있는 중앙군사위 인선에 관심이 모아진다. 군이 당의 지휘ㆍ통솔 아래 있는 중국에선 공산당 중앙군사위가 인민해방군의 최고지휘부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통해 절대권력자로 군림했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10년 집권 후 물러나면서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2년 넘게 유지함으로써 지금까지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이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나란히 상무위원에 오른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따돌린 결정적인 계기도 2010년 중앙군사위 부주석 기용이었다.
18차 당대회에선 시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2명의 부주석과 8명의 위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관련보도를 종합하면 8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이 현재 보직에서 해임된 상태이고, 판창룽(范長龍) 부주석과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교체가 예정돼 있다. 또 시 주석은 지난 5년간 부패ㆍ비리 혐의로 장쩌민 인맥을 대거 숙청하고 군 체제를 전면 개편하면서 육ㆍ해ㆍ공ㆍ로켓군과 전략지원군의 사령원(사령관), 합동참모본부장 격인 연합참모부 참모장 등 핵심보직을 시자쥔(習家軍: 시진핑 측근세력)으로 교체했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중앙군사위가 사실상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4명으로 늘리고 전원 군부인사로 채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주석 숫자 증가는 권력 분산과 함께 시자쥔의 대거 기용으로 인해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군부 인사들만 임명할 경우 후계자를 내정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 최근 시 주석이 당 주석직을 부활하면서 측근인 천 서기 대신 후 서기를 후계자로 지명할 것이란 전망의 근거도 후 서기의 중앙군사위 부주석 기용이었다. 현재로선 리쭤청(李作成) 연합참모부 참모장과 장유샤(張又俠) 전 장비발전부장, 웨이펑허(魏鳳和) 전 로켓군 사령원,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장 등의 중책 기용이 점쳐진다.
한편, 시 주석의 오른팔로 지난 5년간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끌어온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7상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 68세는 퇴임) 묵계에 따라 이번에 상무위원직에선 퇴임하되 국가안전위원회 등에서 여전히 중책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공안부장, 국가안전부장 등이 참여하는 국가안전위는 군사분야와 시위ㆍ테러ㆍ도청은 물론 에너지ㆍ식량 등 광범위한 안보분야를 망라하는 범국가 차원의 위기대응기구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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