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 발표
“IMF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은행, 개인,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으로만 발전했다. 혁신성장의 핵심인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증권사를 통한) 자금 공급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23일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모험자본 활성화와 증권사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모험자본은 투자 위험은 크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말한다.
황 회장은 증권사가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기업공개(IPOㆍ상장)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5% 룰’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증권사가 5% 이상 지분을 가진 비상장기업의 상장을 단독으로 주관할 수 없다. 황 회장은 “해외 투자은행(IB)은 유망기업 지분에 50%씩 투자하고 나스닥 상장 등으로 수익을 챙기는데, 한국에선 이해상충 우려로 이 길이 막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가 부정하게 주가를 높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엄벌에 처하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도 자율권을 확대하되 부정 상장은 강력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황 회장은 업계의 의견을 모아 올해 초부터 국내 증권업에 불리한 영업환경과 제도,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혁신성장ㆍ일자리 창출 지원 ▦기업금융 기능 강화 ▦가계 자산관리 전문성 제고 ▦금융환경 변화 선도 등 4개 분야의 30대 핵심과제를 마련, 정부 정책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황 회장은 새 정부 들어 ‘금융 홀대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초대형 IB 인가가 지연되는 데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초대형 IB가 3년간 기업금융을 해도 그 규모는 6조원 남짓인데 이는 600조원대인 5대 시중은행의 기업금융에 비하면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금융 투자자 보호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금융상품 지식이 부족한 80대 노인과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슈퍼개미를 모두 ‘개인 투자자’로 똑같이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둘을 분리해 전자는 더 강력하게 보호하고, 후자는 금융산업 발전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밖에도 황 회장은 ▦비상장기업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세 면제 ▦인수합병(M&A) 대상기업 합병가액 산정 자율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 5년간 이 과제들이 해결되면 우리나라 증권산업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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