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9월 제외 꾸준히 도발했지만
노동당 창건일도 조용히 넘겨
美 압박ㆍ中 당대회 의식 잠행 속
도발 타이밍 조율 가능성 크지만
일부선 “북미 물밑 협상” 관측도
북한이 잠잠하다. 지난달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뒤 23일로 40일 가까이 미사일 도발을 멈췄다. 2월 12일 ‘북극성-2형’ 발사 이후 15차례 미사일을 쏘면서 이처럼 한 달 넘게 조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의식해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이 언제든 다시 초대형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흔들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당초 청와대와 군, 정보 당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이나 중국 당대회 개막일(10월 18일)에 북한이 추가 도발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불발에 그친 것은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수시로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고 지난주 미 항모강습단이 울릉도 남방 해상까지 밀고 올라가 무력시위를 하면서 북한이 타이밍을 잡지 못한 측면이 크다.
북한은 8월 괌 포위 사격을 위협한 이후 두 차례나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실제 괌으로 쏜다면 미사일이 울릉도 상공을 지나야 한다. 설령 괌에 닿지 않더라도 미 군사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여러 징후만 포착될 뿐 직접적인 준비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치적 행보도 북한의 손발을 묶는 족쇄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 2기를 공식화하는 당대회가 24일 폐막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잔칫상에 재를 뿌리기엔 부담이 컸으리라는 추측이다. 정부 소식통은 “시 주석이 당 대회 이후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북한은 러시아의 그늘에 숨어 선전전에 열을 올렸다.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이 모스크바 핵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핵 능력 고도화 지속을 시사하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 도발은 자제하되 6자회담 공전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떠넘기며 추가 도발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이 조만간 도발 카드를 빼어 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의 거친 언사가 북한의 무모한 응수와 맞물려 불꽃을 튀긴다면 현재의 ‘이례적인’ 소강 상태는 언제든 시끄러운 도발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초강경 대응을 공언한 데다 최선희 국장의 최근 발언까지 감안한다면 제재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을 북한이 준비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조용한 상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떻게 하면 서로 ‘상대방이 성의를 보여 도발(북한)과 훈련(미국)을 중단한다’는 식의 ‘지지 않는 모습’ 연출이 가능할지 북미가 궁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물밑 협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과 올 5월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통해 오간 의견들을 토대로 현재 북미가 협상의 형식과 조건을 놓고 흥정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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