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숫자 아전인수식 해석
감정의 골 깊어져 분열 가능성
박지원 탈당까지 시사 배수진
24일 安-호남중진 회동 분수령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여부를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통합찬성파는 “이미 30명 이상의 의원이 통합을 원하고 있다”며 대세론을 펼치고 있고, 반대파는 “10명도 안 되는 허상을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의 운명과 각자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를 두고 양측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당 지도부의 조율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찬성파는 “반대파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대의를 거스르려 한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파의 한 핵심 의원은 23일 “당내 여론조사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왔고, 30명이 넘는 의원들이 이미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하는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나가길 희망하거나 그들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5~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찬성파인 이언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공학적 계산 등 작은 차이를 제쳐 두고 영ㆍ호남 정치세력이 처음으로 함께 한다면 한국 정치가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통합의 명분을 거듭 강조했다.
비안철수계와 일부 호남 중진 등 반대파는 찬성파의 세몰이를 날 선 언어로 비판했다. 비안계의 이상돈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찬성파가 의도적으로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며 “파악한 바에 의하면 찬성파는 10명밖에 안 되며 오히려 반대파가 절반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햇볕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천정배ㆍ정동영ㆍ최경환ㆍ유성엽 의원이 강한 반대 의지를 가지고 있고, 개별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게 표현한 의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바른정당과 통합 시 탈당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내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면서 “민주세력 집권ㆍ햇볕정책 계승ㆍ호남차별 금지 등 세 목표에서 하나라도 일탈하면 내가 당내에서 활동하는 것에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들 모두 아전인수격 주장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와 당내 발언 등을 통해 통합 찬성을 표명한 의원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김관영 사무총장 등 일부 당 지도부와 친안계의 송기석ㆍ오세정 의원 등 13명”이라며 “바이버 단체대화방 등 당내 채널을 통해 반대를 표명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언급한 인물을 포함해 조배숙ㆍ박주현 의원 등 8명”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머지 19명 중 찬성과 반대에 가까운 관망표가 각각 7명씩 있고, 5명은 판단 유보층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의원 7명은 찬성 측 관망, 호남의 황주홍 의원 등 7명은 반대 측 관망세로 분리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통합론의 분수령은 24일 예정된 안 대표와 호남 중진의 만찬 회동이 될 전망이다. 일단 안 대표가 통합 논의에 시간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안 대표와 박 전 대표 등 반대파들이 다수 포함된 중진들 사이에서 접점이 찾아진다면 통합 갈등은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의원총회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 있다. 반대로 회동에서 격론만 오갈 경우, 예상보다 빨리 탈당 움직임 등이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열심히 당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며 “아직 어떤 방침을 정한 것이 아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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