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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서도 “자치권 확대” 투표

입력
2017.10.23 16: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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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토 주지사 22일 산 벤데미아노에서 베네토주의 자치권 확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투표용지 표지를 내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베네토 주지사 22일 산 벤데미아노에서 베네토주의 자치권 확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투표용지 표지를 내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북부 2개 주에서 자치권 강화를 요구하는 주민투표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갈등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유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중앙집권 정치에 대한 반동이 유럽 전역으로 번질지 추이가 관심이 집중된다.

이탈리아 ‘패션의 도시’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와 베네치아, 베로나 등이 포함된 베네토주가 22일(현지시간) 재정 통제권과 치안, 이민, 교육 등 핵심 행정에 있어 더 강력한 지역 권한이 필요한지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와 로베르토 마로니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이날 오후 11시 투표 종료 직후 95% 이상의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 의견이 모아졌다고 발표했다. 베네토주에서는 투표율이 최소 58%를 기록했고, 롬바르디아주도 유권자의 40% 가량이 투표해 로베르토 마로니 주지사의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두 지역은 중앙정부의 예산 분배에 대한 불만으로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는 각 이탈리아 GDP의 약 20%, 10%를 기여하는 최대 산업지역이다. 그만큼 중앙정부에 막대한 세수 분담금을 보내왔으나, 공공지출 등으로 돌려받는 예산은 턱없이 적어 연간 수백억 유로의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두 주지사가 속한 북부동맹(LN)은 실제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북부 지역의 독립을 당론으로 내세우다가 대표적인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당으로 성장했다. 주민투표의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두 주지사는 이를 근거로 정부와 분담금 축소 및 자치권 확대 협상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마로니 주지사는 “2주 안에 중앙정부에 구체적인 권리 이양을 제안하고 내년 총선 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민투표가 특히 카탈루냐 독립 저항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유럽 전역으로 지방자치 강화 움직임이 확산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 GDP 3위의 에밀리아 로마냐주, 북부 해안의 리구리아주 역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밖으로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 프랑스령 코르시카,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벨기에 플랑드르 등이 분리독립 또는 자치권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스페인 의회에 의해 자치권 박탈을 앞두고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자국민이 아닌 “유럽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부보다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일반 대중이나 같은 상황에 놓인 분리주의 지역의 지원사격을 받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스페인의 갈등이 길게 지속될수록 (유럽의) 지방자치 진영이 견고해지고, 유럽 전역에서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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