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5ㆍ18 자료 왜곡’ 정황도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곳으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 농장 터에 대한 현장 발굴 조사가 이르면 30일부터 진행된다.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암매장 발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1980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5ㆍ18기념재단은 23일 재단 시민사랑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ㆍ18 당시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알려진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재소자 농장 터에 대한 발굴 조사를 30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굴 대상 지역은 옛 광주교도소의 북측 담장 바깥쪽 폭 3~5m 길이 117m 구간이다. 이 곳은 5ㆍ18 당시 재소자들이 농장으로 이용했던 법무부 소유 땅으로, 현재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기념재단은 5ㆍ18 당시 암매장을 목격한 재소자가 지목했던 곳과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제3공수여단 부대원 김모 소령이 작성한 암매장지 약도가 일치함에 따라 이 곳을 암매장 추정지로 특정했다. 실제 김 소령은 1995년 검찰(12ㆍ12 및 5ㆍ18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했다”는 진술과 함께 암매장지를 표시한 약도를 제출했다. 김 소령은 이 약도에서 ‘교도소 (북측)담장으로부터 3m 이격 매장’, ‘잡초가 우거졌으며 앞으로 논 및 답, 그리고 500m 전방에 낮은 능선이 있음’이라고 당시 암매장지 주변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는 5ㆍ18 당시 재소자였던 최모씨가 “교도소 담장 밖에서 포클레인으로 작업하는 것을 봤다”며 암매장지로 지목한 곳과 같은 장소다. 80년 5월 31일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엔 이른바 교도소에서 민간인 27명(보안사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지금껏 광주교도소 관사 뒤와 앞 야산에서 모두 11구의 시신이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됐을 뿐 나머지 사망자에 대한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념재단은 이번 발굴 조사를 문화재 발굴 학술조사처럼 정교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단 측은 발굴 장소에 우거진 잡초와 지표면의 아스팔트 등을 제거하고 표토층을 10~30㎝ 걷어낸 뒤 트렌치(trenchㆍ시굴조사용 구덩이)를 설치, 해당 지역의 지질학적 모습 등 유해와 관련된 정보를 복원할 예정이다. 재단 측은 “트렌치 방식으로 조사하면 암매장 추정지의 표토층이 어떻게 변했는지, 시신을 묻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매장했는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발굴 현장은 고고학 분야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총괄 지휘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또 교도소 안팎 암매장 의심지역으로 꼽히는 4곳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제안한 땅속탐사레이더(GPRㆍGround Penetrating Radar)를 투입해 유해 존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보유한 GPR 장비는 지하 약 10m까지 투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가 발굴되면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교수, 윤창륙 조선대 임상치의학교수 등 법의학과 치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습 작업에 들어간다. 신원 확인 작업은 전남대 법의학교실에 보관 중인 5ㆍ18행방불명자 130가족, 295명의 DNA와 유전자 대조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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