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과거 성폭력 행태 폭로를 계기로 고위직 남성이 권력관계를 이용해 여성에게 성추행을 가했다는 증언이 문화산업을 넘어 각계로 확대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영화 ‘벅시’의 시나리오로 1992년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영화감독 겸 극작가 제임스 토백(73)이 여성 38명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LAT가 인용한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토백은 뉴욕 거리에서 여성들에게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인터뷰나 오디션을 제안했고, 실제 인터뷰에서는 성적인 주제로 질문을 던지거나 성추행을 시도했다.
토백은 자신이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없고 여성들을 만난 적이 없거나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제임스 건 감독 등은 토백의 행태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토백은 와인스틴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40년간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왔으며 과거에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성추행 논란은 월가로도 번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피델리티가 ‘성추행을 포함한 사내 부도덕 괴롭힘 행위’에 무관용을 공표하는 내부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피델리티에서는 이달 초 투자매니저 로버트 초우가 언어 성폭력을 가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으며, 지난달에는 164억달러(약 18조원)를 운용하던 개빈 베이커가 성추행으로 해고됐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와인스틴 사건을 계기로 권력형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에는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이 설립한 영화제작사 아마존 스튜디오의 경영자 로이 프라이스가 이 기업에서 제작한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 프로듀서 아이사 해켓의 성추행 폭로 이후 사임했다.
또 지난 수 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도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음을 공개하는 ‘나도(#MeToo)’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으며 문화산업을 넘어 각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 운동에 동참한 영국 보수당의 마리아 밀러 하원의원은 “남성 중심적 업계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을 과거형으로만 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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