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비서실 보고 9차례
9ㆍ16ㆍ19일엔 안보실 보고…”
내용ㆍ날짜 조합하면 현안 가늠
김정숙 여사 공식일정도 포함
청와대가 23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10월 1~3주 일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서실로부터 모두 9차례 보고를 받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고기록 조작 의혹’을 긴급 브리핑한 오후 3시30분 전후인 오후 3시6분과 오후 4시25분에도 비서실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세월호 브리핑을 놓고 비서실과 문 대통령이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최근 일정을 공개하면서 앞으로는 1주일 단위의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청와대는 지난 5월10일 취임 이후 청와대 누리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주요 일정을 지속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번 조치는 공식 업무 가운데 특수성을 고려해 비공개해 왔던 일정까지 공개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호상의 이유 등을 감안해 일정 공개는 일주일 단위로 사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의 일정 공개는 앞서 대선 공약에 따른 후속 조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고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을 높여 ‘열린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투명한 국정운영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어진 만큼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개 대상에는 김정숙 여사의 공식 일정도 포함된다.
청와대는 이날 특별히 10월 초반 3주일 치 일정을 모두 공개했다. 공개된 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의 하루 일과와 주요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움직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례적으로 오전 9시15분 여민관 집무실에서 비서실로부터 일일현안보고를 받았고, 곧바로 업무현안보고 시간을 가졌다. 일일현안보고는 전날과 당일 아침까지의 주요 이슈를 점검하는 회의이며, 업무현안보고는 특정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오전 현안에 대한 대응 방침을 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 내용과 날짜 등을 조합하면 청와대에서 처리되고 있는 현안도 가늠할 수 있다. 12일의 경우 임종석 비서실장이 세월호 기록 조작 의혹을 브리핑하느라 비서실이 분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보실의 경우 10월 9ㆍ16ㆍ19일 보고를 했는데,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과 중국 당대회일인 18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북한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다만 비공개 일정의 경우 보고자(者)나 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대신 ‘비서실’, ‘정책실’ ‘내각’ 등으로 뭉뚱그려 쓰기로 했다. 정책실 소속 일자리수석이나 일자리기획비서관이 보고를 하더라도, 당사자 이름 대신 ‘정책실 현안보고’라고 쓰는 식이다. 대통령의 개인 일정, 비공개 일정의 참석자 명단 등도 공개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우 매일 분 단위로 20개 이상의 일정을 공개하고, 주말 이발소 방문 등 개인 일정도 모두 공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화 상대방이나 대화를 나눈 내각의 이름까지 공개하고 있어, 청와대의 방침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일정을 공개하는 데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외교안보와 치안 문제 등도 감안했다”며 “공개 범위와 내용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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