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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속 위기의 유기묘가 한 가족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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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속 위기의 유기묘가 한 가족이 되기까지

입력
2017.10.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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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진 현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고양이 ‘플로이드’는 이제 상처를 회복하고 한 가정의 반려묘가 됐다. 보어드 판다 캡처
2010년 지진 현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고양이 ‘플로이드’는 이제 상처를 회복하고 한 가정의 반려묘가 됐다. 보어드 판다 캡처

2010년 9월 뉴질랜드 캔터베리주 크라이스트처치 셜리 거리. 한 유기묘가 거리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땅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고양이의 머리 위로 쏟아졌습니다. 그로부터 10일 뒤, 잔해를 제거하는 도중 작업자들은 잔해 속에 있던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고양이의 상태는 겉으로만 봐도 매우 심각했습니다. 의식은 거의 없는 빈사 상태였습니다.

고양이를 발견한 작업자는 동물학대 방지 협회(SPCA)에 연락했고, 곧바로 SPCA는 동물용 구급차로 동물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 때 고양이를 응급 처치해준 캐나다인 수의사가 모국에 있는 자신의 고양이를 닮았다며 ‘플로이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당시 플로이드의 상태는 끔찍했습니다.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잃었고, 왼쪽 골반이 부러졌습니다. 머리 부상은 더욱 끔찍했는데요. 수의사와 간호사가 머리에 쌓인 파편과 먼지를 제거하자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고 부서진 두개골은 뇌속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결국 두개골을 완전히 복구할 수 없어 플로이드의 얼굴은 변형돼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플로이드의 원래 주인이 밝혀져 병원을 찾아왔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플로이드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수의사는 심한 부상을 입은 채로 열흘이나 살아남은 플로이드를 차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감염을 막기 위한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남은 것은 플로이드의 생명력에 달려 있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플로이드는 천천히 회복했습니다.

플로이드의 재활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24시간 동안 플로이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플로이드는 다시 태어난 고양이처럼 걷는 법, 먹는 법, 마시는 법, 화장실 가는 법 등을 배워야 했습니다.

플로이드는 집사 멜리사 씨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왔다. 보어드 판다 캡처
플로이드는 집사 멜리사 씨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왔다. 보어드 판다 캡처

그로부터 2개월 뒤, 멜리사라는 여성이 플로이드를 돌보던 수의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수의사에게 인터넷에서 플로이드의 사연을 보고 플로이드의 치료를 후원하고 싶다고 했지만 수의사는 플로이드에게 더 필요한 것은 치료를 위한 돈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뒤 멜리사 씨는 며칠 동안 플로이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멜리사 씨는 이미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이 고양이들이 플로이드에게 어떻게 대할지도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멜리사 씨는 플로이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플로이드는 가족을 찾았지만 회복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있었습니다. 구조된 뒤 5년 동안은 스스로 그루밍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플로이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진 상태입니다. 이제 아홉 살이 된 플로이드는 멜리사 씨와 함께 저녁 산책을 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비록 100% 회복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건강한 상태고 매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플로이드는 잔디를 깎는 멜리사 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밤 9시30분만 되면 간식을 달라고 보채기도 할 만큼 애교 넘치는 고양이입니다.

신원 미상의 고양이가 플로이드라는 사실을 안 뒤 플로이드를 찾아온 '지진 속 고양이들'의 저자 크레이그 씨. boredpanda 캡처
신원 미상의 고양이가 플로이드라는 사실을 안 뒤 플로이드를 찾아온 '지진 속 고양이들'의 저자 크레이그 씨. boredpanda 캡처

그러던 지난 9월, 멜리사 씨는 지진 피해를 입고 살아남은 고양이들을 소개한 책 '지진 속 고양이들'(Quake Cats·2014년 발간)에서 '신원 미상의 고양이'를 보고 저자 크레이그 터너 블록(Craig Turner-Bullock)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원 미상의 고양이가 플로이드와 꼭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크레이그 씨는 사고 당시 중상을 입은 고양이가 세월이 지나 고양이로서 생활을 되찾고 현재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놀라 플로이드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동물전문매체 보어드판다에 기고했습니다.

지진 현장에서 사경을 헤매던 이름 없는 고양이에서 이제는 한 가족의 아름다운 고양이가 되기까지 플로이드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전 주인마저 포기한 고양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수의사와 7년 동안 가족으로서 플로이드를 지켜준 멜리사 씨의 애정이 그렇습니다. 이들로 인해 플로이드는 강한 생명력을 발휘해 기적 같은 행복한 묘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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